아너소사이어티 윤석현세이유외과 원장  사진=빈운용 기자
아너소사이어티 윤석현세이유외과 원장 사진=빈운용 기자
윤석현(52) 대전 세이유외과 원장에게 `기부`는 어려서부터 몸에 밴 예절과도 같다. 이웃과 남을 배려하고 챙기는 집안 어른들을 보면서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이런 환경은 윤 원장을 자연스레 기부와 봉사의 삶으로 이끌었다.

그래서 기부 행위가 밖에 알려지는 게 영 낯설다. 그러면서도 `기부`를 이야기할 때의 눈빛은 소년의 그것과도 같았다.

윤 원장에게 기부를 물으니, 느닷없이 그가 태어나고 자란, 현재도 삶의 터전인 탄방동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탄방동 토박이다.

"기부를 하게 된 건 마을 동장이셨던 아버지와 집안 어른들, 제 고향인 탄방동의 영향이 있어요. 지금도 탄방동은 이곳 출신 어른들이 매 명절마다 정기적인 모임을 하고 매년 5월에는 효도잔치를 열만큼 옛정이 유지되고 있는 특이한 동네에요."

마음을 먹어도 쉬이 실천하기 어려운 게 기부다. 기부는 마음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동장이셨던 아버지가 동네 대소사를 챙기고 이웃 분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정겹기만 했던 때가 있었는데, 성장하면서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배려고, 나눔은 곧 사랑이라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집안 어른들의 남다른 이웃에 대한 배려와 특유의 동네 분위기는 그에게 세상을 이롭게 바라보게 하는 마음을 품게 했다. 그가 의사의 꿈을 꾼 것도 이런 성장 과정과 무관치 않다.

윤 원장이 본격적으로 이타적인 삶을 살게 된 건 의대에 진학하면서다.

대학생 때는 고아원과 낙후지역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다니고 전문의를 취득한 2002년부터는 해외로 의료봉사의 범위를 넓혔다.

윤 원장은 매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네팔, 미얀마, 베트남 등에 의료봉사를 떠난다.

봉사의 삶은 기부와 맞닿아있었다.

2011년 미국연수 중 가족과 함께 아이티에 간 윤 원장은 지진과 콜레라로 국가적 재난에 허덕이던 아이티 상황에 처음 기부를 했다.

"당시 아이티 상황을 본 아내와 아이들은 꽤 충격을 받았어요. 돕고 싶단 마음 밖에 없었죠."

윤 원장의 가족은 현재도 아이티에 장학 후원을 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윤 원장의 아내인 노혜미(47) 아이맘소아과 원장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부부는 2014년 1월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16호·17호로 함께 가입했다.

윤 원장은 아이들에게도 봉사를 권한다. 다른 이들에 대한 관심이 사회를 좀 더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믿고 있어서다.

윤 원장은 아이들과 매년 1회 의료봉사를 떠난다. 매년 휴가를 봉사활동으로 채우는 것에 미안함 마음도 크다.

"매년 휴가를 봉사로만 보내니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죠. 그럼에도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에서 보면 봉사만큼 좋은 교육은 없어보입니다."

윤 원장이 자연스레 체득한 `기부`는 어느 덧 가풍이 됐다.

윤 원장은 기부 철학은 `관심`과 `마음가짐`이다.

그는 얼마 전 경험한 에피소드를 꺼냈다.

"얼마 전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건너편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노인이 쓰고 있던 중절모가 바람에 날아가더라고요. 어쩌지 했는데, 뒤따라오던 젊은 아가씨가 오는 차들을 정리하고 모자를 주워서 노인에게 갖다주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배려가 기부라고 생각해요."

그는 "기부는 금전적인 게 아니라 주변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원장의 기부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의대 후배들과 모교인 충남대병원 후원사업과 모교 장학 후원을 하고 장기 의료 봉사 중인 선배 의사들을 지원하는 정기후원도 함께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씩은 후배들과 일정 금액을 모아 기부도 한다. 병원 개원 후엔 유방암예방캠페인 핑크런 대회 후원과 지역 유방암 환우회 사업 등에 나서는 등 봉사와 기부는 이제 그의 삶 자체가 됐다.

봉사는 휴일에도 멈추지 않는다. 주중 하루 휴무일인 수요일에도 윤 원장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과 양로원과 고아원 급식 봉사를 한다.

윤 원장은 후배들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병원을 운영하면서 다들 바쁠텐데도 기부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동의해주고 참여해주는 후배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워낙 겸손한 성격인 윤 원장은 기부를 하면서 주변을 더 찬찬히 살피게 됐다고 했다. 때론 일상을 돌아보며 반성도 하게 된다고 했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배려와 관심이 더 커졌어요. 매일 만나는 환자 분들에 한 마디라도 더 해드리려는 노력을 하려고 해요. 항상 생각하면서도 실천 못해서 반성하기도 하고 더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이에요."

윤 원장은 기부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현재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이라면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의무라고 봐요. 기부는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기부 문화가 확산되면 사회는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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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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