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증언

윤지오 지음/가연/252쪽/1만3800원

"애기야, 넌 발톱의 때만큼도 몰라."

배우 고(故) 장자연씨가 동료 배우인 윤지오 씨에게 자주 하던 말이었다.

윤씨는 "나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니 발톱의 때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다"며 "나중에야 언니의 말이 내가 겪은 일은 빙산의 일각이고, 엄청난 일에 비해 지극히 작은 일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지난 7일 고 장자연씨의 10주기를 맞아 성접대 대상 명단이 담긴 일명 `장자연 리스트`의 유일한 목격자로 불리는 배우 윤지오씨가 10년간의 기록을 담아 `13번째 증인`을 출간했다.

대전 출신인 윤씨는 이 책에서 연예인 연습생 생활부터 기획사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 고 장자연씨와의 관계, 장자연 리스트 명단을 목격한 과정 등을 상세하게 서술했다. 특히 그는 고인의 소속사 대표의 2차 생일파티가 열린 가라오케에서 벌어진 대화 내용과 A씨가 장씨에게 가한 성추행을 목격한 일을 꼼꼼히 기록했다.

윤씨는 이후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과 검찰에 나가 같은 증언을 12번이나 진술했고, 피의자들과 대질 신문도 했지만 결실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12번의 진술 후 그는 연예게에서 퇴출 아닌 퇴출을 당했고,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숨죽여 지냈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나는 억울했다. 하지만 언니의 죽음 뒤에 서 있던 그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며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시간이 흘러 다시 증언대에 올랐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적었다.

과거사위원회가 나선 지난해 그의 13번째 증언은 또다시 시작됐다.

그는 저서에서도 당시 고인이 남긴 심경 고백글과 이름이 적힌 리스트를 봤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마지막 두 장에는 이름이 쭉 나열돼 있었다. 그 리스트에는 이름과 회장, 사장, 대표, 감독 등 직위만 간단히 적혀 있을 뿐, 구체적인 회사명이나 소속이 쓰여있지는 않았다"며 "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B 성(姓)의 세 사람 이름이 연달아 적혀 있던 부분이다. 족히 40-5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언니가 자신의 심경을 기록한 것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며 "누군가에게, 어떤 일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 같은,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내용증명서로 생각됐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거짓 속에 묻혀있던 진실이 세상 속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희망했다. 또 윤씨 자신도 무거운 짐을 삶에서 어깨에서 머릿속에서 털어내고 싶고, `장자연 사건의 목격자`라는 이름으로 더이상 법정에 서지 않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윤씨는 "늘 나를 애기라고 불렀던 언니가 이제는 진정한 안식에 들길 바라면서 이글을 썼다"며 "이 책은 나를 위한 진실의 기록이자,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의 기록이며, 언니도 나도 마음껏 꿈을 펼치며 나아갈 수 없었던 그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담은 기록"이라고 마무리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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