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유형들

테오프라스토스지음·김재홍 옮김/샘앤파커스/296쪽/2만원

인간 성격 연구의 출발점이 된 최초의 고전이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던 테오프라스토스 쓴 `성격의 유형들`이 그것.

전남대 사회통합지원센터 부센터장을 지낸 김재홍 정암학원 연구원이 테오프라스토스의 희랍어 원전을 기본으로 삼아 국내 최초로 완역했다. 김 연구원은 `정치학`, `관상학`, `변증론` 등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 저작을 꾸준히 번역해왔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테오프라스토스는 인간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유언장에 자신의 딸과 결혼해도 좋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테오프라스토스를 아꼈다. 로마에서 가장 위대한 연설가였던 키케로도 테오프라스토스를 `모든 철학자들 중에서 가장 고상하고 박식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그는 아리스트텔레스라는 거목에 가려져 여러분야에서 독창적인 철학 활동을 펼쳤음에도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되거나 그 정당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30개에 달하는 인간성의 유형을 보여주는 `성격의 유형들` 속 성격은 그다지 좋은 유형은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역겨운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 미신에 사로잡힌 사람, 허풍선이, 비방꾼, 악당의 친구 등 성격 유형도 가지가지다. 각각 유형에 따른 행위의 사례는 시공을 초월해 오늘날에도 쉽게 볼 수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에 대한 기술은 이렇다. 채권자, 이웃사람, 상인, 손님 등의 이득을 빼앗고 그런다음 철면피한 농짓거리를 던져대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즉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탐욕스럽고 인색한 사람을 들어 예증하고 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에 대한 정의는 사교적이지 못하고, 협력적이지 못하며, 무뚝뚝한 불평가라고 기술한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또 어떤가. 테오프라스토스는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얻은 것은 낮게 평가하며, 그것이 보이는 모든 것이 아닐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그것이 약간의 반환을 요구하기 때문에 불평을 터트린다고 정의한다.

책에서 언급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고대 아테네 시민들이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며 심지어 지탄을 면치 못한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성격 유형 예시를 통해 테오프라스토스는 당시 공동체 사회의 규범에서 이탈하는 부정적 행태와 성격들을 예리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사회적 연대와 교제에 필요한 성품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스스로 묻고 답해 볼 전기를 마련해준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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