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들은 많은 역할들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표현하게 되는데 좋은 배우란 과연 어떠한 배우일까 한번 생각해본다.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좋은 배우란 다양한 인물들을 각각의 작품에 꼭 맞도록 수시로 캐릭터를 바꿔가며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좋은 인간이 되어야 좋은 배우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 그럼 못하는 배우는 누구일까? 그건 아마도 어떠한 역할을 맡든지 항상 똑같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셰익스피어는 `세계는 하나의 무대, 모든 인간은 남자나 여자나 배우에 불과하다`라고 하면서 우리 모두는 한 가지 배역을 맡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현실 생활에서 각각 다른 여러 가지 역할들을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가장인 동시에 한 부모의 자식이기도하고, 사회에서는 또 다른 여러 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떠한 조직에 들어가면 그 조직에서 또 다른 역할들을 하게 돼 하나가 아니라 아마 평균적으로 10여개 이상의 각각 다른 역할들을 각각의 상황에서 다양하게 해내면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연기를 잘하지 못하는 배우처럼 어떠한 상황에서 오직 한 가지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그가 가지고 있는 가장 높은 혹은 가장 강한 지위의 캐릭터일 때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어느 상황에서건 자신이 가장 높은 사람인양, 또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인양 무례하게 굴면서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심지어는 갑질을 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그런다고 그가 상대편으로부터 진정한 존경을 받고 권위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안 좋은 소리만 듣게 된다. 20세기 미국의 사회철학자 Eric Hoffer는 `무례함이란 약자가 강한 척 하는 것이다`고 했다.

즉 `나는 약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진정으로 존경받고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오히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줄 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왕이면 멋지고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좋지 아니한가?

윤진영 무대조명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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