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노벨문학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작품 `아담, 너는 어디 있었는가?`에서 주인공 파인할스는 2차세계대전 속에서 죽는 순간까지도 모든 것을 전쟁의 탓으로 돌린다. 성서의 원형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인간이 배운 최초의 교훈이 `변명과 핑계`로 일삼는 현대인을 풍자하고 있다. 비극적인 역사를 반성하고 인간성의 상실을 지적한 성공작이라 평가된다. 전쟁은 인류에게 비극을 가져다주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주의자들에게 알리바이를 성립시켜준다. 심지어 무임승차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끼워 넣기도 한다. 한국의 근대사를 살펴보면, 위정자들의 잘못과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어 결과적으로 민초(民草)들만이 고통 받은 슬픈 역사로 점철되어 있었다. 최고의 지성을 자부하는 학자들조차도 많은 논문을 `사변시 분실`이라고 제목만 그럴싸하게 목록에 아직도 남아있다. 역사적으로 아이러니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고이인 되었으니 확인할 길이 없다. 함석헌 옹의 말처럼 `개인은 속여도 민중은 속일 수 없고, 한때는 속여도 영원히 못 속인다. 이것이 역사다.` 시대적 요청이 역사를 바로 잡을 때이다.

올해로 `3·1운동` 백주년을 맞이하였다. `3·1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인 유관순 열사는 국민적 존경과 추앙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3등급인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되었다. 서훈 1등급 대한민국장에 추서된 김구, 안창호, 윤봉길을 비롯한 30명의 애국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사회적 평가, 민족사적 의미 측면에서 저평가되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올해 드디어 1등급으로 격상되었다. 보훈처도 올해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라는 국정과제를 정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계기로 `일제강점기 수형인명부 전수조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독립유공자 중에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이고, 역사교과서에도 여성에 대한 비율은 7%에 불과하다고 한다. 최근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인기를 끌면서 국민의 많은 관심과 역사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역사의 프레임에 갇혀 억울한 자 없는지? 독립의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남과 북에서도 모두 인정받지 못하고 억울한 원혼이 아직도 구천을 떠돌지 있는지?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후손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 지역에 홀대받는 독립유공자는 없는지? 다시 조명해야 할 이유이기도 한다. 우리의 몫이며 해결할 과제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역사를 바로 잡을 때라고 말한다. 친일파 청산 등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때만 되면 국제무대에서 나치의 참혹한 학살에 대해 반성한다. 역사를 헤집는 일은 때론 뼈아프다. 하지만 참혹한 역사를 기억하고 곱씹는 일은 통렬한 반성만큼이나 중요하다. 질곡의 역사를 지닌 우리 현대사는 복잡하기 한이 없고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꼬여있다. 한 세기가 지난만큼 역사만큼은 올바르게 정립할 때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좌편향, 우편향 논쟁이 거세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에 대해 혼란과 혼동을 겪어 왔다. 어느 날 갑자기 혁명이 쿠데타로, 민란이 혁명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역사적 사실은 언제나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하고 개관적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독립유공자 중에서 기록만 있지 증언할 자가 없어서 혜택을 보지 못하는 자가 많다고 한다. `너는 어디 있었는가?`라고 역사가 물을 때, 역사의 주인공인 `너`는 진실 되어야 한다. 역사의 주인공인 `너`는 증언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의 주인공인 `너`는 정의로 와야 한다. 역사의 주인공인 `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역사의 주인공인 `너`는 정권의 시녀가 도어서도, 꼭두각시가 되어서도 아니 된다. 역사의 주인공인 `너`는 반드시 역사의 현장에 있어야한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독립운동에 참여한 후손이 억울한 자도 없고, 누락된 자도 없어야 한다. 역사는 진보하게 마련이다. 이제는 우리도 역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역사를 떠난 미래는 있을 수 없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을 바라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꿈을 디자인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역사의 장을 펼쳐야 할 때이기도 하다.

정해황(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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