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전 유성구의 한 견본주택을 찾았다. 견본주택 건물 입구부터 늘어선 대기 행렬은 그 건물을 한 바퀴 두르고도 남았다. 견본주택 안도 인산인해였다. 분양을 앞둔 이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대전지역 분양 최대 이슈`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었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3만여 명이 다녀갔다.

그럴 만했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 줄 아파트이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신규 주택이 우선 공급되도록 청약제도를 개편했다. 추첨제 대상 주택의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잔여 주택에서도 1 주택자와 추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시기상 대전에서는 청약제도 개편 내용이 처음으로 적용된 아파트가 됐다. 마침, 메이저 건설사가 시공사로 들어섰고 위치 또한 도안 2단계 개발의 한가운데였다. 누군가는 "청약 당첨이 곧 로또 당첨 격"이라는 말을 했다. 그 옆의 누군가는 "앉은자리에서 1억 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소리도 했다.

상상은 자유고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 청약 당첨을 가정해봤다. 물론, 감정이입을 위해 무주택자라는 조건을 달았고, 분양가를 먼저 살펴야 했다. 확장비와 옵션은 제외했다. 국민 평형인 84㎡ 분양가는 층별로 4억 원대 후반에서 5억 원 대 초반에 형성돼 있었다. 이왕 상상한 해본 참에 고층에 당첨됐다는 살을 붙여 보니 분양가는 5억 1000만 원. 납부금액을 구분하면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였다. 이를 계산기로 두드려 봤다. 계약금 5100만 원, 중도금 3억 600만 원, 잔금 1억 5300만 원이었다. 계약금은 현찰로 계산해야 하는데, 입주를 위해선 당장 5100만 원이 필요했고, 중도금은 대출로 해결한다 해도 잔금도 부담이었다.

정부가 무주택자들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취지는 환영할 일이었다. 그 제도는 분명히 반영됐다. 한데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청약 당첨의 확률은 높아졌는데, 당첨이 되면 고액의 분양가를 부담하는 구조가 됐다. 분양가도 높아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대전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 가격(2월 기준)은 지난해 3.3㎡ 당 952만 7100원에서 1217만 3700원으로 264만 6600원이 올랐다. 무주택자들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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