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입니다."

암 진단을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환자들은 거의 없다. 먼저 부정 단계가 온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런 병에 걸려야 하냐`는 식으로 예민해지는 분들이 정말 많다. 간호사들이 조금이라도 서운하게 하면 울거나 분노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대체로 자신의 상황을 수긍한다. 우리 병원에 폐암으로 입원했던 한 할아버지는 담배를 피우러 가는 걸 말리는 간호사의 멱살을 잡고 소리를 질렀었는데, 얼마 후 "정말 미안해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 나도 모르게 그만…"이라며 눈물을 흘렸었다.

자신의 상황을 인정할 때 쯤엔 다른 환우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보내거나 혹은 티타임을 갖거나, 간단한 운동을 하거나,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등 투병 생활 위주인 일상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아나간다. 온 몸이 찢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것이다.

환자들의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간호사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사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환자 한 명, 한 명의 상황에 따뜻한 마음으로 공감을 표하고 그들의 안위를 살피며 정서적 지지를 보낸다.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먹지 못하고 토할 때면 `그래도 드셔야 한다`고 힘을 보태며 무언가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과정에서 라포 즉, 환자와 간호사 간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

암 환자 간호는 어느 간호사에게나 어렵고 조심스러우며, 자신의 환자가 암환자라는 것 자체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간호사들도 많다. 특히 또래인 환자가 세상을 떠나면 간호사들이 더욱 슬퍼하고 우울감에 빠진다. 그 어려움을 알기에 우리 병원에선 암 병동 간호사들의 일대일 수습기간을 다른 부서보다 길게 잡고, 소규모 모임 및 면담을 자주 마련해 간호사들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암병동 수간호사는 간호사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더 덜어주고자 본인이 직접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을 정도다. 병동의 어머니라는 말이 정말 딱 맞는다.

이렇듯 암 병동에선 환자들과 간호사들의 삶이 서로 진하게 섞여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과 함께하는 가운데 어느 날엔 행복한 미소를, 어느 날엔 눈물을 짓는다. 지금 이 순간도 그렇다. 그들은 긴 터널을 통과하는 환자들의 삶에 함께 하고 있고,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동에서 오늘도 환자들의 안녕을 위해 달리는 중이다.

김영임 유성선병원 간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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