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폐뿐만 아니라 모든 장기서 발병 내성 없을 경우 최소 6개월 치료

박지원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박지원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결핵은 후진국 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결핵 지표(2016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77명으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다. 2위 라트비아(37명), 3위 멕시코(22명)를 월등히 앞선다. 전 세계적인 노력으로 결핵 유병율과 사망률은 서서히 줄고 있지만, 여전히 결핵의 치료와 예방의 국제적인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노령 인구, 에이즈 환자 등 면역력 저하 환자, 다제 결핵 내성 결핵 등의 증가로 인해 결핵은 여전히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되고 있다.

◇폐결핵뿐만 아니라 모든 장기에 발생= 대부분의 결핵이 폐결핵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결핵이라고 하면 흔히 폐결핵을 떠올린다. 하지만 결핵은 우리 몸의 장기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다. 폐 이외의 장기에서 발병한 결핵을 폐외결핵 또는 비호흡기 결핵이라고 부른다. 2009년에 신고된 결핵환자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내 폐외결핵의 호발 장기는 흉막, 림프절, 복부, 골 및 관절, 중추신경계, 비뇨생식기, 기도, 심낭 순이었다. 폐외결핵은 폐결핵에 비해 진단이 쉽지 않으며, 전체 결핵에서 폐외결핵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늘고 있다.

결핵은 폐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가래에 결핵균이 섞여나가 공기 중에 떠나가다가 다른 사람의 폐에 들어가면서 전염된다. 때문에 결핵균을 배출하지 않는 폐외결핵 환자는 전염력이 없다. 결핵균에 노출됐다고 해서 모두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면역력과 노출강도, 주위환경 등에 따라 감염과 활동성 결핵으로의 진행여부가 결정된다. 가래에 결핵균이 나오는 환자라도 내성이 없는 폐결핵 환자의 경우 2주 정도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전염력은 대부분 소실된다.

◇객혈 나타나는 경우 드물어= 결핵은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도 전혀 증상이 없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기침과 가래, 피로감, 신경과민, 미열이 결핵의 초기 증세이지만 이는 건강한 사람들도 흔히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하거나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감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감기 이외의 질환이나 폐결핵 가능성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흔히 폐결핵 증상으로 객혈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객혈은 증상이 많이 진행되거나 공동을 형성하는 결핵의 경우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많지 않으며 치료 전이나 치료 도중 혹은 완치된 후 간혹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객혈을 한다고 해서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재발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완치 성패는 꾸준한 치료제 복용= 결핵은 적절한 처방 아래 치료받으면 대부분은 완치된다.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거나 증상이 없는 환자의 경우 병으로 인한 불편함이 없다 보니 병에 대한 인식이 없고, 자연 치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약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물론 일부에서 자연 치유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재활성화 될 수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자연 치유보다는 진행 경과를 보이게 되고 장기 파괴 및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내성이 없는 결핵의 경우 최소 6개월 치료가 필요하며, 부작용이나 내성으로 약제를 조정하게 되면 그 이상의 치료 기간을 요한다. 또 상당 기간 다수의 약을 먹어야 하고, 여러 성분을 한꺼번에 복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경험하기 쉽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만약 부작용을 경험하더라도 경미한 위장장애, 위약감, 간지러움 등이 대부분이다. 초기에 부작용이 나타나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으며, 보조 약의 처방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결핵의 예방= 결핵을 막기 위해서는 활동성 폐결핵 환자와 접촉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다. 또 결핵 예방접종(BCG)은 결핵균의 감염보다는 치명적인 결핵 예방에 더 효과가 있으며 성인에서의 폐결핵 빈도를 줄이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영유아 및 소아에서의 결핵성 수막염이나 속립성 결핵과 같은 치명적인 결핵을 예방할 수 있다. 결핵은 자외선에 쉽게 죽기 때문에 실내 환기를 잘 하고 채광을 좋게 하는 것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평소 규칙적인 식생활과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 또한 결핵 발병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 가족이나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에게 활동성 폐결핵이 발생했을 때는 반드시 검진을 시행해 감염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활동하지 않는 잠복결핵으로 판명 되더라도 예방적 치료제 복용을 통해 활동성 결핵 발병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활동성 폐결핵 환자의 밀접 접촉자의 경우에는 현재 국가에서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박영문 기자

도움말= 박지원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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