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지, 들인지는 모른다. 그곳에는 생명력 있게 표현된 풀잎들이 하늘로 뻗어있다. 화려한 색으로 색칠된 캔버스에는 풍경화와 정물화의 경계를 넘어선 풀과 꽃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았으면서도 바람을 이기고, 태양을 에너지 삼아 홀로 생명력있는 위용을 뽐낸다.
김안선 작가의 `엎질러진 우유` 속 소년이 상처받고 무시되고 방해받았던 순간에 멈춘 모습이라면 유근영 작가의 `엉뚱한 자연` 시리즈는 나홀로 고군분투하면서도 초라한 모습은 숨기고 당당한 자연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 두 작품은 마치 반항심 가득한 막내동생과 동생을 어루고 달래는 큰 형처럼 닮은 듯 다른 두 형제와 같다.
원로작가의 능숙함과 신진작가의 신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골프존 조이마루 6층 아트센터 쿠에서 열리고 있다.
골프존문화재단이 지난 14일 개막해 28일까지 여는 `제 7회 대전 그리다 꿈꾸다 展`에는 원로작가 신중덕, 유근영, 유병호 작가와 신진작가인 김안선, 박경범, 이주형 작가가 참여해 총 36점을 선보인다.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화단을 이끌고 있는 신중덕 작가는 `만화경` 시리즈에서 추상적인 `구조`를 바탕에 두고, 그 위에 구체적인 `현상`을 드리워놓은 형식을 취한다. 그는 만화경에서 미립자로부터 대우주에 이루는 삼라만상이 신기루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생멸(生滅)의 원리와 사태를 조형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유근영 작가의 `엉뚱한 자연`은 색채의 표현력, 색채의 힘을 통해 기존의 정형화된 조형형식을 과감히 파괴하고, 독창적이고 호소력있는 자신만의 세계를 드러내 보인다. 수년 동안 판화와 유화를 통해 재즈의 리듬을 색 면을 통해 드러내는 작업을 해온 유병호 작가는 만남의 메시지를 더 높은 시선에서 추상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진 작가로 선정된 김안선 작가는 성장하지 못한 마음속 아이를 표현하고 부서진 동심의 상실감 을 화폭에 담았다. 박경범 작가는 `순수의 단초`를 통해 고유한 관념적 자연이나 구조, 이지적인 개념의 재현단계를 벗어나 화면의 자율화된 구성을 추구한다. 이주형 작가는 털 그림을 매개로 친근한 것이 불현듯 낯설게 다가올 때 두려움이 생기는 등의 중의적인 의미의 지층으로 뒤덮인 세계의 맨살을 그려낸다.
골프존문화재단 한 관계자는 "한 지역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진단할때 공간과 시간은 유용한 프레임"이라며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그들의 예술성을 함께 느껴보는 일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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