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군의 첫 번째 전투함인 백두산함이 항해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우리 해군의 첫 번째 전투함인 백두산함이 항해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해군 최초의 군함은 백두산의 정기를 이어 받아 한반도 전체를 지켜내겠다는 뜻의 `백두산함`이다. 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 장병들이 십시일반해 모은 기금으로 구축한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은 1950년 6·25전쟁에서 국토와 해양 수호에 맹활약을 하게 된다.

◇전투함 확보 위한 모금운동=해군은 1948년 정부 수립 이전까지 37척의 함정을 구축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함정이 노후화되고, 작은 해정이어서 제한된 해상경비 임무만 가능했다.

정부 수립 후에도 미국 측에서 한국 해군의 임무를 해안경비대 기능으로 국한하면서 다른 전투함 지원도 받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해군 최초 수장인 손원일 제독에게 전투함 확보 방안을 찾아보라는 지시를 하게 된다. 해군은 1949년 6월 1일 전투함 건조를 위한 `함정건조기금갹출위원회`를 구성하고 모금 운동에 돌입했다.

해군 장병들은 봉급의 일부를 군함 건조 기금으로 출연했으며, 해군부인회도 바자회 등을 열어 수익금을 기부했다. 그 결과 4개월만에 목표로 정한 1만 5000달러를 모금했다.

해군은 국내 기술로 군함을 건조하는 방안을 심층 검토했지만 시설·기술 등이 미비하고 경비가 더 소요될 것으로 판단해 해외 구매를 결정했다.

◇해군 최초의 전투함 `백두산함` 인수=해군은 미군과 협상해 PC급(Patrol Chaser) 함정을 사기로 했다. PC급은 독일 잠수함을 격퇴하기 위해 만든 450t 급의 잠수함 구축용 함정이다.

1940년부터 1945년까지 361척이 건조됐다. 3인치 포 1문, 40mm포 1문, 20mm 대공포 5문, 폭뢰 투척기 2대를 장착했다.

해군이 구매한 함정은 1944년 7월 24일 USS PC-823으로 취역했으며 주로 대서양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이 군함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무장 해제하고 미 해양대학교에서 실습함으로 사용 중이었다. 정부는 1949년 10월 17일 미국이 요구한 1만 8000달러를 지불하고 미 해양대학교로부터 PC급 함정 1척을 인수했다. 해군이 처음으로 전투함을 갖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 함정은 인수 당시 뉴저지 호보켄항 인근의 하버 보트빌딩 컴퍼니 조선소에 있었다. 인수 요원 16명은 이 함정에서 먹고 자며 페인트칠과 기관 정비에 매달렸다.

이어 2개월이 지난 1949년 12월 26일 뉴욕항의 미 해안경비대 제8부두에서 명명식을 열었다. 손 제독은 함명을 `백두산`으로 명명하고 함장 박옥규(제2대 해군참모총장) 중령에게 명명장을 수여했다. 선체 번호는 `701`이었다.

만재 배수량이 450t인 백두산함은 현재 우리 해군이 운용하는 유도탄고속함(PKG·Patrol Killer Guided Missile) 보다 작은 함정이지만 해군은 상징성을 고려해 함(艦)으로 분류했다.

◇태평양 횡단한 한국 최초의 전투함=백두산함은 태평양을 횡단한 한국 해군 최초의 전투함이었다.

백두산함은 명명식 후 뉴욕항을 출항해 마이애미와 파나마 운하, 멕시코 만자니요항을 거쳐 1950년 1월 24일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했다. 해군은 이 곳에서 미국방부와 협상을 벌여 백두산함에 3인치 포 1문을 설치하고 괌의 아프라항에서 3인치 포탄 100발을 적재했다.

덩치가 작은 백두산함이 단독으로 대양을 횡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백두산함에 탔던 이성호(제4대 해군참모총장) 중령이 "비바람이 심한 날씨 땐 흡사 잠수함인 양 파도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나아갔다"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1950년 4월 10일 무사히 경남 진해항에 입항했다. 백두산함은 진해에서 중기관총 2정을 장착하고 같은 해 5월 하순부터 자체 교육 훈련에 돌입했다. `전투함 1번함`이 6·25 전쟁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았다.

해군은 6·25 전쟁 기간 중 전력 증강에 심혈을 기울여 1951년 10월 PC급 함정 2척을 추가 인수했다. 명명식은 1952년 5월 3일 부산의 해군본부 부두에서 열렸고 `한라산함`과 `묘향산함`으로 명명됐다. 해군은 1958년 주한미해군사령부와 협의해 해군증강계획을 수립, 2년 뒤 오대산함과 금정산함, 설악함을 잇따라 도입했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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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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