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전 오늘, 1965년 3월 18일은 당시 31세 공군조종사이자 우주비행사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인류최초로 우주유영(spacewalk)을 한 날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 공간으로 나가 우주 산책을 한 것이다.

우주유영이란 우주비행사가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의 외부로 나와 우주공간을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산소와 전기공급이 가능한 탯줄과 같은 생명줄에 의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1984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승무원인 브루스 맥캔들리스는 로켓추진장치를 이용한 기동장치로 생명줄없이 10분간 우주유영을 수행한 첫 사례가 됐다.

이밖에도 고장난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로봇 팔에 몸을 맡긴 채 선외활동을 수행한 것도 우주유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구소련의 유인우주탐사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 보스호드 2호에 동료 우주비행사 파벨 벨라예프와 함께 탑승한 레오노프는 세계 최초 우주유영 이라는 단순한 임무를 갖고 우주에 올라가자마자 우주유영을 위한 임무를 12분간 수행하게 된다. 우주유영 과정과 우주선을 촬영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 기압차이로 인해 부풀어온 우주복 때문에 사진 촬영에는 실패하게 된다. 부풀어버린 우주복 탓에 우주선 안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아 결국 우주복에 구멍을 낸 뒤 부풀어진 공기를 빼낸 뒤에야 우주선으로 겨우 들어올 수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레오노프의 체온은 1.8도나 상승했고 땀에 젖은 채 우주복안의 공기를 갑자기 빼내어 잠수부들이 경험하는 잠수병과 같은 증상을 경험해 하루만에 지구로 귀환하게 됐다.

말이 우주유영이지 인류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기 위한 목숨을 건 도전이었으며, 하마터면 우주에서 사고를 당해 즉사하거나 우주미아가 되는 첫 사례로 기록될 뻔한 사건이었다.

1957년 구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닉을 발사해 충격에 빠진 미국은 이에 대항할 카드로 아폴로 계획을 준비한다. 유인 달 착륙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로 시작된 아폴로 계획을 위해 NASA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초대형발사체 개발, 모선과 귀환모듈, 달 착륙선 개발에 나선다. 이와 함께 NASA는 무인 달 궤도선과 착륙선, 제미니 계획 등을 거의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달 표면층의 표토 강도나 달 표면에 쌓여있는 먼지층의 두께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였다. 달 표면에 우주선이 내릴 때 지반이 함몰돼 우주비행사와 착륙선이 매몰될 것을 우려했으나 1966년부터 1968년 사이에 7기가 발사된 무인 달 착륙선 서베이어호가 다양한 지역에 무사히 착륙해 아폴로 탐사선이 착륙하기에 달 표면의 상태가 예상보다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제미니 계획은 아폴로 탐사선의 성공적인 임무수행을 위해 유인우주비행에 필요한 사전시험을 위해 착수된 것으로 4톤 수준의 2인승 유인 우주선을 이용해 12호까지 운영함으로써 1964년부터 시작돼 1966년에 성공리에 종료됐다.

올해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염두에 두고 제작돼 작년에 개봉한 영화 `퍼스트맨`은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위대한 발걸음을 디뎠던 닐 암스트롱이 조종사가 되는 과정부터 최초의 달 착륙 과정을 사실감 있게 보여주었다. 암스트롱을 포함,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세명의 우주비행사는 모두 위에서 언급한 제미니 호에 탑승한 이력이 있었으며 미소 양국간에 우주경쟁을 하던 1960년대는 많은 우주비행사들의 희생과 선진국의 과감한 우주개발 투자가 기반이 돼 달과 우주로 여행을 꿈꾸는 시대가 됐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IT와 유통업으로 큰 돈을 벌어들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꿈꾸어 왔던 우주여행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초대형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티켓을 사기만 하면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우주여행을 갈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우주여행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형편이 사뭇 아쉽게 느껴진다.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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