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부 기대감 여론 흐름 호전에 희색

자유한국당이 지지율 30%를 돌파하며 한껏 고무돼 있다.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여론의 흐름이 호전되고 있어서다. 지지율 30%를 넘어선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직전인 2016년 10월 이후 약 2년 5개월만의 일이니 희색이 만연한 것도 무리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황교안 대표는 "국민들이 정부 폭정에 대해 심판을 시작했다. 한국당에 기대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은 우선 전당대회 효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황교안 체제로 접어들면서 당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 외견상으로 일사불란하다. 황 대표 취임 직후 첫 당직 인사에서 친박계(친박근혜)를 전면 포진한 것에 대한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새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당위론에 묻히고 말았다.

황 대표도 정치 초년생이란 일각의 우려를 극복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안팎으로 보폭을 넓히며 안착하는 모양새다. 통합을 외치면서 민생현장도 챙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 보수층의 지지세 응집과 일부 중도층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국당이 잘해서 지지율이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 따른 실망감과 최악의 미세먼지로 인한 불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여건 등에 따른 반사이익에 힘입었다고 볼 수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의 민심과 먼 행보가 결국 한국당 지지율을 올린 부분이 있다. 또 한국당이 대안정당으로서의 국민 기대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가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고 지칭한 것도 이 같은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한국당이 부딪혀 있는 상황은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당장 선거제도 개혁안에 대해 여야 4당의 압박으로 샌드위치 신세다. 공수처 설치 등 개혁입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는 동떨어져 있다. 극단적 우경화에 대한 반감과 5·18 망언에 대한 징계 여부 등 지지율을 춤추게 할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더 큰 숙제는 당내에 잠복해 있다. 황 대표의 취임 일성은 쇄신 코드는 통합과 혁신이다. 통합은 작게는 당내 계파 갈등을 없애 결속을 다지겠다는 것이고, 크게는 보수대통합을 이뤄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황 대표 등 지도부가 연이어 민생현장을 찾고, 당이 미세먼지와 관련된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나선 것도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쇄신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부호다. 당이 새롭게 출발한지 2주에 불과해 성급한 감이 없지 않지만 정책과 인적 쇄신에 있어 이렇다 할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탄핵 국면의 인명진 비대위나 지방선거 패배 이후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인적 쇄신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황교안 체제 첫 당직 인선을 보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났듯 한국당은 박근혜의 그림자가 짙다. 당내 세력 분포도 친박계가 강하다. 19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벌어졌던 계파 갈등이 총선 패배는 물론 탄핵, 정권 헌납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잠복하고 있지만 언제 촉발되지 모른다. 이를 감안한다면 지금의 지지율에 취해선 곤란하다. 지지율은 신기루 같은 것이다. 등락을 거듭하기도 한다. 정말 한국당이 잘해서 지지율이 올랐다고 한다면 몰라도 정부 여당의 실정에 힘입은 반사이익이라면 언제든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내 경계의 목소리가 묻히면 그 순간은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김시헌 서울지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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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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