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 불량급식이 납품돼 충격을 주고 있다. 불량급식 납품 업체를 적발하는 과정에서 이 학교 학부모들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교육당국이 당혹해한다는 후문이다. 지난 12일 A학교 급식실에 입고된 돼지고기를 확인한 학부모 검수자들과 영양교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납품된 고기가 냉동육이 해동된 듯 핏물이 흥건한 데다 비닐 포장도 찢겨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업체는 영양교사에 의해 반품 처리된 고기를 핏물만 제거하고 재포장해 다시 납품했다고 한다. 그래도 의심스러웠던 학교 측은 식자재 납품 확인서를 요청하자 업체 측에서 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재반품 처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돼지고기를 납품했지만 이마저도 허가받지 않은 업체에서 사다가 학교에 납품한 것이다. 아무리 납품 시간에 쫓겼다 하더라도 무허가 고기를 제공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불량급식 업체 적발 과정에서 보인 학부모 검수자들의 활약상도 관심을 끈다. 급식 업체 시설 점검을 요청한 학부모들이 이를 거부한 업체와 5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시설 개방을 이끌어 낸 점이나 현장 점검을 통해 불법사실을 관계기관에 통보한 것은 커다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미온적 조사와 해당 구청의 뒤늦은 샘플 채취 등은 학생들의 안전급식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공직자의 태도는 아닌 듯하다.

잊힐 만하면 터지는 학교급식 문제는 교육당국과 학부모에겐 고질병이나 마찬가지다. 대전은 2016년 6월 봉산초등학교의 부실급식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단무지 한 개와 짧은 닭꼬치가 담긴 식판으로 부실급식 도시란 불명예를 얻었던 터라 이번 불량급식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대전시교육청이 앞장서 부실에 불량 급식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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