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지 대전자생한방병원 간호사.
김혜지 대전자생한방병원 간호사.
나의 간호사 생활은 한 대학병원에서 시작됐다. 수간호사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입사했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신입 간호사로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스스로가 답답하기도 했고 처치 하나에 한 사람의 생명이 좌지우지된다는 생각에 매번 두려움이 앞섰다. 어느 정도 적응한 이후에도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고 마음의 재정비를 위해 간호사 일을 한동안 쉬게 됐다.

다시 취업 준비를 하던 중 한방병원이라는 곳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당시 나에게 한방병원은 생소하게만 느껴졌으나,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내가 미처 몰랐던 간호사의 매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입사를 결정했다.

물론 한방병원의 간호사로서 새로 숙지해야 할 업무가 많아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환자가 많아 식사할 겨를도 없이 일할 때도 있고, 때때로 환자들의 불만사항도 수렴해야 했다. 일하는 동안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대학병원과는 다른 한방 치료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을 보며 많은 점을 배우고 느끼게 됐다.

가끔 대학병원에서 경력을 쌓으며 잘 지내고 있는 간호사 동기들을 만나면 나만 혼자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에게는 나만의 간호사 길이 있고 그 길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환자분들의 도움이 컸다. 우리 병원은 한방척추 전문병원인 만큼 거동이 불가능해 구급차를 타고 내원하는 분들이 많다. 옆으로 살짝 돌아눕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환자가 한방 치료를 통해 점차 호전되면서 자가 보행까지 가능해졌을 땐 너무 신기해서 내 일인 것 마냥 신이 났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한 환자분으로부터 "간호사 선생님께서 잘 치료해주고 돌봐주셔서 이만큼 좋아졌어요. 정말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 울컥하기도 했다. 기뻐하는 환자를 보며 함께 뿌듯했고 한편으로는 더 잘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도 컸다. 요즘도 업무가 힘들어질 때면 이렇게 응원해주고 배려해주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게 된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주변사람들에게 "간호사인데 왜 한방병원에 있어"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처음엔 그 질문이 불편해 회피하기만 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환자들이 있고 또 그들이 내 손길을 필요로 한다면 장소가 어느 곳이 됐든 난 간호사로서 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혜지 대전자생한방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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