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녹지 병원에 대해서 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녹지 병원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영리 병원으로 허가를 받았었다. 녹지 병원 허가가 취소되면 한국에서 영리 병원은 없게 된다.

의료계에는 오래된 논쟁이 있다. 영리 병원을 허용할 것인가 금지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 병원은 모두 공공 병원이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법인으로만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영리 병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았고, 2000년대 초반에 영리 병원을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리 병원은 허가를 받지 못했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병원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워낙 컸던 탓이다. 녹지 병원은 제주도 개발 특별법 때문에 특별히 영리 병원 허가를 받았지만 결국 허가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영리 병원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영리 병원이 되면 과잉 진료, 환자를 위한 진료가 아닌 이익을 위한 진료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영리 병원은 이윤을 얻기 위해 병원을 운영한다. 돈을 버는 것이 주요 목적이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한 진료를 하게 되기 때문에 환자에게 쓸데없는 검사를 받게 하고 필요 없는 처방을 할 수 있다. 환자의 건강보다는 환자를 이용해서 돈 벌 궁리만 할 수 있다.

그런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영리병원 허가를 반대한다. 그런데 의사단체들도 영리병원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영리 병원의 가장 강력한 반대자는 의사단체이다. 사회 영리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영리 병원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병원만이 아니라 공기업 민영화 등 다른 부문에서도 영리화를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의사들이 영리 병원을 반대하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리 병원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영리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돈으로 본다고 한다. 의사들이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지 않고 과잉진료를 하며, 돈을 벌기 위해 필요 없는 수술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의사들에 대한 모독이다.

의사들은 어렵게 공부해서 의대를 갔고, 대학도 6년을 다녔으며, 인턴, 레지던트 등도 거쳐야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환자를 고칠 수 있기 위해 정말 오랜 시간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그런 의사들이 환자를 고치는 것보다는 돈 벌이에 더 관심을 가지고 돈을 벌기 위해 환자를 이용할 것이라고 한다. 영리 병원의 사장이 의사들에게 돈 더 버는 것을 요구하면 의사들은 아무 불평없이 그 요구에 따라 환자들에게 과잉 진료를 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할 것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공공 병원이라서 의사들에게 돈벌이를 강요하지 않으면 제대로 진료를 할 것이지만, 영리 병원이라서 의사들에게 돈벌이를 요구하면 의사들은 돈벌기 위한 진료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사회의 다른 분야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돈을 위해서 자기 전문지식을 왜곡하지는 않는다. 물론 돈에 팔리는 전문가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라고 본다. 그런데 의사들은 영리 병원에서는 대부분 의사들이 돈을 위한 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의사 단체에서 스스로 그런 주장을 한다. 자기들은 환자의 건강보다는 돈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여건만 되면 과잉진료를 할 것이라는 고백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하면 의사들은 명예훼손이라고, 우리를 뭘로 보는 거냐고 반발을 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스스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영리병원을 반대하더라도 의사들은 `우리들은 공공 병원이든 영리 병원이든 상관없이 제대로 된 진료를 할 것이다. 영리 병원 측에서 과잉 진료를 요구하더라도 우리들은 환자의 건강만을 생각할 것이다` 이런 식이었으면 좋겠다. 의사들이 스스로 `영리병원에서 우리들은 환자보다는 돈을 더 생각하고 과잉진료를 할 것이니 영리 병원은 안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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