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충북 청주에서 80대 치매 아버지를 간병하던 40대 아들이 아버지를 목졸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은 10여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 아버지의 간병을 맡아왔는데, 최근 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자 이를 비관하고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지난 해 12월 31일에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경찰 조사 결과 70대 노모는 암 수술을 수차례 받고 치매를 앓는 등 장기간 투병 생활을 해왔고, 40대 딸이 오랜 간병 생활에 지쳐 어머니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와 같이 고령화 시대의 비극인 `간병 살인` 사건이 잇따르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간병 살인`은 오랜 기간 치매나 정신질환 등을 앓아온 가족을 돌보다가 지쳐 환자를 죽이거나 동반자살한 경우를 말하는데,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율 14% 이상)에 진입하였고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전망인 우리나라로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간병 살인`이 일어나는 원인을 대략적으로 살펴 보면, 우선 거시적으로 `인구학적 변화`와 `가족 부양 체계의 변화`를 지적할 수 있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인구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당연히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도 늘어났으며, 또 1980년에는 약 85%의 노인이 자식과 함께 살았는데 지금은 따로 사는 등 가족 부양 체계가 급변하여, `노노(老老)간병`이 증가하고 간병 고통에 시달리는 노인도 늘게 된 것이다.

한편, 일본은 지역별로 환자와 가족 간병인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간병 부담을 대부분 환자 가족들에게만 떠넘겨 가족들의 고통이 훨씬 심할 수 밖에 없는데, 간병 기간과 하루 간병 시간이 길어질수록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나라는 특히 치매를 부끄러운 질병으로 여기고 환자와 가족들이 스스로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하여 간병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고, 간병 기간이 속수무책으로 무한정 길어지면서 생기는 극심한 생활고와 감당할 수 없는 간병 비용도 무시못할 원인으로 판단된다.

이제 `간병 살인`은 더 이상 해당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기에 국가와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사회안전망 차원의 노인 복지를 적극 확대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간병이 필요한 노인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시간과 서비스를 더 확대해야 하며, 병원, 보건소, 건보공단 등으로 나누어진 가정간호 서비스 제도를 통합해 일사불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다가 폭행할 경우, 돌봄 전문가가 곧바로 둘을 분리시키고 매뉴얼에 따라 환자를 단기보호시설에 보내거나, 심각한 경우 보호자에게 요양시설 입소 등을 제안하는데,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간병 스트레스가 극단적으로 분출되는 걸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또한, 간병인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 간병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다른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소소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나 모임을 지원하면 우울증 등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간병인에게 휴식을 주는 `레스핏 케어`의 도입도 고려해 볼 만 하다. `레스핏 케어`는 간병인들이 돌봄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환자를 전문시설에 보내거나 다른 간병인을 투입하는 제도로, 신체적·정서적으로 한계에 몰린 간병인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예방할 수 있다.

옛말에 `오랜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이, 오랜 간병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 가족 간의 불화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국가와 사회가 `간병 살인`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여 치매 환자도, 돌봄 가족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조성천 변호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