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습관과 국어성적

요즘 수능시험이나 모의고사에서 국어시험이 어렵다고 난리다. 이미 수년전부터 우리 사회의 문해력 저하현상과 의사소통능력의 부재를 심각한 교육공백으로 인식됐다. 국어적 소통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지문 길이를 늘리고 낯선 개념어들을 넣어 복잡한 지문의 정보처리를 요구하는 추세가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양떼몰이 하듯이 여기저기에서 국어독해 관련한 강의나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류로 보인다. 이럴수록 국어교육과 논술교육의 근본 목표와 합리적 방안에 대한 올바른 기준점을 세울 필요가 있다. 잘못된 독서교육 풍조는 그릇된 언어습관을 만들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와 사교육시장에서 이뤄지는 독서교육 방법은 흔히 `묻지마 다독 전략`과 `문제풀이식 요령독해`, `교사의 강독해설형 학습`, `프로그램을 활용한 패턴독해` 등이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결과중심의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는 독서지도인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독서지도방법을 선택하려면 정확한 독서시기와 단계, 환경을 고려하여 아이와 부모님의 충분한 인식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언어학습의 원리를 이해하고 아이들의 발달과정에 맞춘 독서지문을 선택하는 일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지문을 선정했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의 독서반응을 관찰해 개별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독서과정의 문제증상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친절한 독서지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책 좀 읽어라`라고 두 마디 이상 던지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책과 담을 쌓기 시작한다.

언어발달과정을 고려하면 보통 초등 저학년까지를 준비단계, 초등 고학년부터 중1, 2까지는 발달단계, 중3에서 고등학교 시기까지는 심화단계, 대학생부터는 고착화단계로 나눌 수 있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독서의 자세를 함양하는 단계로 텍스트 선정에서부터 독서의 태도, 독서 후 반응을 관찰하는 일, 그리고 독후 활동을 유도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대체로 텍스트 선정은 아이의 흥미위주로 시작하지만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주제를 섞어 읽도록 유도하고 아이가 사실적인 줄거리를 간파하고 읽는 지, 간과하는 지는 대화와 글쓰기를 통해서 진단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독서행위 자체를 즐기고 독후 결과물들을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어줘야 하지만 시간 투자와 노력 없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준비단계가 자유 독서였다면 초등 고학년에서 중2까지는 계획적 독서단계다. 이 시기에는 독서텍스트 선정시 사회전반의 폭 넓은 인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정해야 한다. 문제는 준비단계와 달리 주제가 다양해지고 심화되면서 사회과학서들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서는 문학과 달리 일상어보다는 어려운 한자식의 개념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때가 바로 어휘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상용한자어의 문맥과 어원의 추리를 통해 어휘력을 함양한 학생은 수능에서 아무리 낯선 개념어가 등장해도 당황하지 않고 구상화해 요약할 수 있다. 또한 문장 길이도 길고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흔히 문장독해는 국어문장의 기본구조를 패턴화해 익히는 것보다는 그 형태가 천차만별로 변형되기 때문에 핵심어 중심의 문장골격을 짚어내고 요약 정리하는 습관이 좋다. 시험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아직까지는 모니터가 아닌 지면으로 대하기 때문에 이러한 독해연습도 가능하면 종이 위에서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독서능력의 기본기를 습관화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본인 관심사에 맞는 진로독서와 교과독서에 초점을 두게 된다. 하지만 이 시기까지 독서능력의 기본 습관을 형성하지 못한 학생들은 어찌해야 할까? 지난 수능과 최근의 모의고사를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문제다. 고1, 2, 3 모두 국어모의고사 1등급이 80점대로 시간안배 문제와 독해력 문제를 토로한다. 그래서 시중교재와 학습 프로그램들도 매일매일 독해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단체급식보다는 가족과 레스토랑에서 함께 하는 식사가 맛있듯 독서공부도 그랬으면 좋겠다.

최강 미담국어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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