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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야기] 한식의 세계화, 차림표부터

2019-03-07기사 편집 2019-03-07 08: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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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식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의 입맛을 거스르지 않을 정도로 대중적이다. 비빔밥, 불고기, 삼계탕과 같은 음식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필수로 맛보려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식을 맛본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서 한식당을 찾아 들어가면 당황스러워 하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차림표에 적혀있는 음식 이름들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서울의 명동이나 인사동을 비롯한 유명한 관광 지역에서는 그 이름의 표기가 대부분 잘 되어 있지만, 그 외에는 차림표만으로는 음식에 대한 정보가 친절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음식들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종업원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사실 어느 나라에 방문한다고 해도 이러한 경우는 흔할 것이다. 그러나 음식의 종류가 많은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계탕 사진이 버젓이 걸려 있는 삼계탕 전문 식당이라면 모를까. 외국인들을 상대로 이것저것 팔기 위해 많은 음식을 차려놓은 식당은 그 이름과 설명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앞서 유명 관광지의 식당들이 음식 이름을 상대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고 하였으나, 이 역시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육회'를 'Six times', '곰탕'을 'Bear thang'으로 표기되어 있는 사례가 알려진 것을 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듯하다.

따라서 표기에 대한 분명한 기준은 중심 기관에서 강력하게 내세워야 한다. 위의 곰탕을 옮겨 적어놓은 사례에서 보듯, 음식 이름을 의미 중심으로 풀어쓸 것인지 아니라면 소리대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써야 하는가를 두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곰탕은 이 두 기준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 충분히 반영된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기준에서의 표기마저 엉망이긴 하다.

그러나 이 두 기준은 한 쪽만을 선택하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소리를 로마자로 표기한 차림표는 주문할 때 말하기에 수월할 수 있으나, 어떤 음식인지 미리 알고 주문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의미를 영문으로 풀어 설명한 것은 한글로 어떻게 말해서 주문해야 할지 곤란할 뿐만 아니라 음식에 대한 설명이 적확하지 않은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 또한 난처하다. 따라서 이 둘을 모두 차림표에 적어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나 이에 대한 노력을 이끌어내기에는 다시 제약이 따른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주요 한식명 확정안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식당에서 잘못된 표기가 나타나는 것은 실현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정책이나 규범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널리 알려져 활용되는 것이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지침이 지속적으로 알려져야 함은 물론이고, 자영업자들이 엉터리 번역기를 사용하는 것 대신 로마자 변환 도구들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각 지역에 배치되어 있는 전문 인력을 활용하여 식당의 차림표를 감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방송에서는 한국을 첫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식당에서 음식을 접하는 모습을 꽤 큰 분량으로 다룬다. 그 화면에서는 대부분 현지인의 도움 없이 음식을 주문하는데, 그럴 때마다 차림표를 보고 당황하는 모습이 적지 않다. 이러한 부분에서 한국인의 친절함이 보다 세심하게 이루어진다면 우리 음식들이 생경한 이들에게 더욱 좋은 인상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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