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황 충남연구원장
윤황 충남연구원장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등 베트남 방문일정을 마치고 5일 새벽 평양에 도착했다.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의 5일자 북한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이번 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참석과 베트남 방문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들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끝난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아주 생산적이고 좋은 회담이라고 말했다. 단지 그는 북한이 완전한 제재완화를 원했지만 이를 들어줄 수 없었기 때문에 회담을 끝냈다고 밝혔다.

이번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무산된 원인은 한 마디로 북한의 영변핵시설 영구폐기와 대북제재 완화조치 문제, 그리고 미국의 영변핵시설 폐기 플러스알파(+α)와 빅딜조치문제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제안됨으로써 비롯된 것이다. 그 결과 비핵화 조치 및 제재에 관한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또 다시 교착국면으로 빠질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현재 표면적으로 볼 때 북한과 미국 간 핵협상은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포괄적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빅딜 문서를 북측에 전달해 북한의 `선비핵화 후경제지원`을 다시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해 북미대화의 핵협상을 주도해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기점으로 한발 뒤로 물러서는 대신 그동안 대북강경론자로서 북한의 자발적 핵포기론을 강하게 부정해온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면으로 등장하고 있는 모양새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첫 단추를 끼고 한반도 평화의 첫걸음을 내디딜 것이라는 우리의 희망도 절망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자. 핵협상과정으로서 북미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지만 아직까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면서 핵협상의 동력을 유지하고자 지속적 북미대화의 준비자세를 견지하면서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지난 4일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보좌관이 미국 주요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제2차 정상회담이 실패가 아니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대화를 계속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5일 폼페이오 국무부장관도 앞으로 수주내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낼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미대화의 비핵화 협상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것이다. 그 상대가 협상을 계속 이어갈 의지가 있다면 그 곳에 우리의 희망도 살아 있다. 그 희망의 불씨를 우리 정부, 우리 국민이 적극 나서서 살리자.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 때도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5·26 판문점정상회담`을 통해 북미대화의 중재 시도로 제1차 북미정상회담의 싱가포르 개최를 성사시켰지 않았는가.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따른 중재외교는 북미협상의 가능성을 여는 희망의 불씨인 것이다. 그 불씨는 지금 타오르고 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고 북미정상회담의 재개 등 북미대화 협상과정에서 우리 역할도 다시 중요해졌음을 천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5트랙 협의 개최 방안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등과의 협력외교 강화에 나서는 등 북미대화 재개의 외교 다변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급기야 지난 5일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북미대화의 재개문제를 놓고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여정이 바로 정희성이 말한 `희망공부`의 길이다.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을 비추어줄까"

윤황 충남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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