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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검찰이 바라본 예술과 외설 경계

2019-03-06기사 편집 2019-03-06 15: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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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미술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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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지음/뮤진트리/324쪽/2만원



1971년 이탈리아 출신의 모딜리아니는 약 30점의 누드화를 자신의 개인전에서 선보였다. 전시는 대 성화을 이뤘지만, 작품 속 여인의 누드에 체모가 보였다는 점 때문에 풍기문란 혐의로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 전시는 하루만에 문을 닫았고, 5점의 작품이 철거됐으며 모딜리아니와 화랑 주인은 일시적으로 체포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전시돼 비난을 받았던 '누워있는 누드'는 2015년 미술품 경매 역대 두번째로 높은 가격인 1972억원에 낙찰됐다는 것이다. 한때 음란한 그림으로 철거된 그림이 모딜리아니의 작품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셈이다.

또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보자.

1969년 유엔화학공업사에서는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를 성냥갑 표면에 인쇄해 판매했는데, 이것이 한국 최초의 음란물 소송 사건이 됐다. 법원은 이 작품을 유명한 명화임에도 판매 목적으로 성냥갑 속에 넣은 그림으로 보고 음화라고 판단했고, 제조사 대표에게 음화반포죄에 대한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처럼 명작과 음란물을 바라보는 기준은 사회와 시대의 흐름속에서 살아 숨쉬며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드나든다. 그 경계선을 가르는 잣대는 법이다.

'법, 미술을 품다'를 쓴 저자는 미술을 사랑하는 검사출신 법조인이다. 지난 2012년부터 7년동안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강의한 '미술법'을 토대로 미술과 법의 관계를 탐구한 책을 내놨다. 미술 관련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미술 애호가들도 알아두면 유익할 수 있도록 국내외 미술 관련 사건들에 대해 판례와 해당 법 조항도 곁들여 알기쉽게 풀어냈다.

책은 주제별로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법의 정의하는 미술의 범위와 한계를 살펴본다. 특히 현대 미술은 투자의 대상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어 작품을 둘러싼 논란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저자는 미술 작품의 정의를 둘러싼 유명한 재판들을 예로 들며 미술 작품의 인정 범위와 예술가의 법적 지위에 대한 법률 규정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적법한 예술 관련 소송절차들을 소개한다. 담벼락에 그려진 낙서 또는 그림을 예술작품으로 볼 것인가, 범죄로 볼 것인가를 민형사로 나눠 살펴본다. 3장에서는 세계적으로 끊이지 않는 미술품 도난 문제와 천경자 등 위작 이슈, 메디치 가문의 메세나 활동 등 미술의 규제자로서의 법의 역할을 살펴본다. 제 4장에서는 미술의 후원자 역할의 대표 격인 저작권법을 소개하며 미술작품의 권리자와 사용자 양측에서 알아야 할 저작권법의 정의와 범위, 예외조항 등은 무엇인지를 비교 설명한다. 또 피카소 사후 그의 작품들이 가족의 상속세 부담 때문에 해외로 팔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년전부터 준비해 세법까지 바꾼 프랑스 문화 정책사례에서는 문화정책 담당자들의 문화적 식견과 열정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를 절감할 수 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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