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사명감

영화 `극한직업`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설 대목을 앞두고 오픈한 영화는 개봉 때부터 지금까지 150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이 정도 되면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는 그 무엇이 분명 있을 것이다. 지난 명절 연휴 병원 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동료 간호사들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도 극한직업 아니겠나`라는 얘기가 나왔고 극한 직업이 `얼마나 극한 일을 하는 직업을 소재로 한 영화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영화는 실적이 없어 후배에게 밀리고 고전하는 해체위기 직전의 마약반 형사 5명이 끝까지 직업정신을 놓지 않고, 결국은 팀 안에서 각자의 역할로 국제마약조직을 소탕해 팀원 모두가 승진한다는 내용이다. 형사들은 바보미가 엿보이지만 자격 조건에 부족함이 없고 팀워크도 좋아 보였다. 불철주야 잠복수사를 하기 위해 치킨집을 위장운영하며 형사 생활의 환경을 코믹하게 그렸지만 현시대의 사태와 직업의 세계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극한 직업을 뽑아보자면 경찰, 소방관, 군인 그리고 간호사가 쉽게 떠오른다. 그리고 TV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힘든 작업환경에서 직업정신을 갖고 일하는 다양한 직업인들을 접할 수 있다. 우리 간호사는 대학에서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과,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 하겠다`는 나이팅게일 선서문을 다짐하고 국가고시를 합격한 후 간호사 활동을 시작한다. 이 다짐은 명절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임상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필자가 병동에서 근무하던 때, 명절이 가까워오면 집에서 명절을 보내야 한다고 퇴원을 서두르며 남은 치료는 명절 이후 다시 받겠다는 환자들이 있었다. 그렇게 퇴원 환자가 빠진 빈자리 몇 개를 제외하면 하루도 병원을 벗어나기가 힘든 환자들과 우리는 주야불식 생활했다. 치료적 금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영양주사를 놓고, 항암제 투약 시간에 맞춰 약물을 주입하고, 통증으로 잠 못 이루는 환자를 다독이며 진통제를 놓는 그 와중에 임종 환자 간호까지 했었다. 병원에 머물면서 고통을 헤아리고 나누며 안녕을 향한 마음속에, 집에서 가족들과 명절을 함께하지 못하는 아쉽고 미안한 마음은 그들이나 우리나 같았으리라.

현재는 인공신장실에서 매년 명절 연휴 무렵마다 빠짐없이 환자나 보호자들로부터 질문과 전화문의를 받는다. "명절 당일에도 신장실 문 여나요"라는 질문에 "저희 신장실은 1년 365일 중 일요일을 제외하고 늘 똑같이 운영됩니다. 응급투석환자가 발생하면 일요일에도 야간에도 일한답니다"고 답한다. 어쩌겠는가, 혈액투석을 할 수 밖에 없는 대상자들에게 필요한 간호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자 의무인 것을 말이다. 명절이라고 예외는 없다.

지난 설, 인공신장실 간호사들은 한달 전 결혼한 간호사에게 명절 연휴 휴가를 양보하고 모두 출근해 환자, 보호자들과 올 한해도 건강하자는 덕담을 나눴다. 해가 가는 지도 오는 지도 모르고 일하는 딸, 자식과 남편만 시댁으로, 친정으로 보낸 며느리인 우리 간호사들의 마음을 저 달님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선미 을지대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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