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전시민대학에서 `삶을 기록하라, 자서전 쓰기`라는 제목의 강의를 하고 있다. 강좌에 참여하고 있는 수강생들의 연령은 50-80대, 현직에서 은퇴한 분들이 대다수다. `내 살아온 얘기를 글로 쓰면 책으로 몇 권이 된다`, `죽기 전에 책 한권 내는 게 소원이다` 노인들의 이런 열망은 너무나 일반적이어서 삶을 담아내는 매개로서의 글의 위상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내 강좌를 찾은 수강생들은 그러한 마음의 열망을 발걸음으로 옮긴 이들이다.

수강생들은 살아온 얘기를 글로 쓰는 것을 삶을 갈무리하는 경건한 의식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자서전은 유명한 사람이나 어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쓰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낡은 것이 됐다. 저자란 권위있는 전문가만 차지할 수 있는 이력이 아니며, 책은 말 그대로 `대중 매체`가 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세속화로 치부해 폄하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건 자서전 쓰기를 성찰을 통한 문화적 행위로 승화시키는 일이다. 시대정신과 같은 거창한 주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용기를 내어 글쓰기 교실에 찾아온 이들은 그들이 마주한 빈 노트에 아주 소박한 질문을 적는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나는 수강생들에게 매주 자기 얘기를 써오도록 숙제를 낸다. 수업은 자신이 쓴 글을 낭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기 글을 자꾸 읽는 동안 문장의 장단, 어휘의 반복이나 문법적 오류를 터득한다. 간혹 자기 글을 읽다가 복받쳐 눈물을 쏟는 경우가 있다. 듣는 이까지 함께 눈물을 흘려 강의실이 숙연해질 때도 있다. 어릴 적 힘든 경험을 글로 쓴 사람은 가슴 속 얘기를 뱉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기록된 글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삶을 기록한 글일수록 더욱 그렇다. 사람들을 교감하게 하고 추억을 공유시킨다. 자기 삶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지난날을 되짚어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글을 쓰며 저자는 지난 시간을 다시 산다. 그때처럼 유쾌하게 웃고, 슬프게 울며, 치유 불가능할 것 같던 아픔을 극복한다. 삶을 쓰는 것은 갈무리가 아니라 도움닫기다. 정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삶을 기록하라!

마기영(수필가, 대전시민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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