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바람 끝에는 무엇인가 기대와 암시, 새로운 시작이 실려있다. 그 바람 속에서 대한민국의 축제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편다. 축제예산이 어느 정도 확정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도 하는가 하면 위원회를 개최해 전략도 짜고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며 워밍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역시 가장 고민되는 사항은 킬러콘텐츠(Killer Contents)로 귀착되지 않는가 싶다.

방문객들에게 감동과 웃음, 지역의 테마성을 남겨주며 축제를 대표하는 얼굴 킬러콘텐츠.

대부분의 성공한 축제는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장면이 있다. 바로 그것이 킬러콘텐츠일 가능성이 높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멀리 진주성과 남강을 배경으로 찬란히 전시된 유등, 화천산천어축제는 한 겨울에 반바지차림으로 산천어를 잡거나 화천천 위에 수천 명이 운집해 산천어 낚시를 즐기는 장면, 김제지평선축제장의 쌍룡퍼포먼스 또는 벽골제 횃불퍼레이드 등이 강한 임팩트를 전한다.

그러면 이 킬(Kill)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카운터 펀치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방문객)의 욕구에 맞춰 우리 콘텐츠를 가공해서 제공할 때 킬파워가 나오는 것이다. 내가 주고 싶은 방식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축제의 테마를 반영시켜 공급해야 한다. 내 근력(테마, 메인 소재)의 힘만이 아닌, 상대의 욕구가 나오는 길목으로 콘텐츠 카운터를 날려야 하는 것이다. 가장 큰 KO펀치는 내 주먹(콘텐츠)의 힘과 상대방의 주먹(욕구)이 나오는 타이밍의 접점에서 턱이 돌아가고, 웃음이 터지고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권투나 이종격투기의 KO는 그렇게 나온다 쳐도, 과연 축제 킬러콘텐츠를 사전에 진단해 볼 수 있는 지표는 없을까? 어느 콘텐츠가 챔피언 재목인지 기획자 입장에서는 톡톡 두드려 볼 필요가 있다. 경험상 여섯개 정도의 지표를 소개한다.

첫째 콘텐츠가 독특한가 즉 유니크한가, 즉 희소성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둘째 차별화 되었는가. 독특하면서도 표현의 방식이 차별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테마와의 연관성이다. 주제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출발점과 지향점이 어디인가를 순서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넷째 고객지향적인가. 고객의 욕구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다섯째 실현가능성이다. 아무리 아이디어가가 좋고 혁신적이라도 예산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실현이 가능해야 한다. 여섯째 리액션이 바로바로 일어나야 한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두고두고 재미있었다가 아니라 바로바로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실종된 배꼽을 찾기에 바빠야 한다.

이렇게 킬(Kill)의 힘은 웃음과 즐거움 속에 축제 개최지역의 브랜드 이미지가 방문객들의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겨야 한다. 축제에 대한 깊은 만족은 타인에 대한 추천으로 구전효과를 남기며, 신뢰도 높은 축제방문지로 소비자의 방문 우선순위에 랭크되는 것이다. 자 이제 대전의 축제, 충남의 축제를 돌이켜 보자. 그리고 지금까지 살펴본 킬러콘텐츠의 시각으로 축제프로그램들을 점검해 본다면 약간의 실마리는 보일 것이다. 깔깔깔 킬킬킬 웃음주는 킬러콘텐츠 만들기. 여기에 축제의 힘이 있다.

최상규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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