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중심의 도시는 주차장이 잘 갖추어져 있는 백화점, 대형할인점, 대형식당만 북적이는 삭막한 유령도시가 되고, 소시민이 운영하는 거리의 골목상권은 활력을 모두 잃게 된다. 이와 더불어 핸드폰을 이용한 인터넷 쇼핑을 쉽게 많이 하기 때문에 소매상인들은 1997년의 경제위기 때와 같은 심각한 불황을 경험하고 있다. 전국 온라인 무점포 판매액은 2015년 47조 원에서 2017년 61조 원를 기록, 30%가량 증가했다. 지역 소점포는 대형유통점과 온라인 대기업에 고객을 급격하게 잃고 있다.

자동차가 많은 도시에서는 지역경제가 성장한다 해도 상권의 양극화로 인해 외부 대기업은 흑자를 보나 지역 소상인은 계속 적자가 증가하게 된다. 지금도 대형유통점의 시베리아처럼 광활한 주차장은 자동차로 가득 채워져 있으나, 주차장이 없는 거리나 뒷골목의 소매상이나 식당은 손님이 없어 폐업의 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시행한 골목상권 설문조사에서 재방문 의사가 없는 이유로 `주차공간 협소`가 44.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동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거리에는 보행자가 계속 줄어들고 택배차량과 대형할인점 차량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고담도시가 된다.

서민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자동차중심의 도시에서 공공교통과 보행자 중심의 녹색도시로 변모시켜야 한다. 거리에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걸어 다니고 잠시 앉아 쾌적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소점포의 매상이 오르고 풀뿌리 생활경제가 살아난다. 대형유통점과 온라인쇼핑의 이용을 강제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역에서 시민과 지역 소상인과의 접촉을 증대하고 지역상품권 이용과 같이 서로 돕고 신뢰하는 공동체 경제를 만들어야 거대한 시장흐름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시민이 거리에서 오다가다 자주 만날 수 있는 보행자 친화적인 트램(노면전차) 서비스를 제공해야 지역의 사회적 자본이 증가하게 되고 골목상권이 부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진다.

사회적 자본은 한 사회의 신뢰, 참여, 연계성의 정도를 의미한다. 이제는 시설과 같은 물적 자본이 아닌 심리적 사회적 자본이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도시가 자동차 위주의 사회가 되면 시민들 사이의 대면 접촉이 줄어들고 주차장과 주차장만을 오가는 폐쇄적인 곳이 돼 사회적 자본이 감소된다. 반면 트램과 같은 공공교통과 보행자 친화적인 도시는 시민들간의 직접적인 만남과 활동이 많아져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사회적 자본을 증진시킨다. 트램역에 도서관, 어린이집, 복지센터, 보건소, 문화센터 등 시민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 사회적 자본을 높일 수 있다.

트램은 단지 교통서비스의 수준을 높여 시민들의 출퇴근을 편하게 해주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감소시키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 유럽과 북미, 호주의 약150여 도시가 트램을 도입한 중요한 이유는 지역상권 활성화 때문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상인들이 트램 건설을 초기에 반대했으나, 트램 건설이 된 이후에는 지가가 상승하고 매출액이 증가해 더욱 트램을 건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그는 트램을 도입해 도시이미지 제고에 성공했고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프랑스 리옹에서는 트램노선을 따라 소매상권이 발달돼 있으며, 구매할 물건이 있으면 트램에서 내려 즉시 구매하고 다시 승차하고 있다. 트램노선이 외곽까지 확장되면서 재개발이 촉진됐고, 이 지역의 개발을 10년 이상 앞당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트램도입은 골목상권을 부활시키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트램역과 노선을 중심으로 방문 및 유동인구가 증가해 거리가 활력을 얻게 된다. 거리에 사람이 모여들고 소비를 해야 서민경제가 살아난다. 자동차 의존형의 도시는 죽은 도시가 되고 트램 중심의 도시는 살아있는 도시가 된다. 트램 도입으로 풀뿌리 생활경제가 부활한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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