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훈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시스템연구본부장
송영훈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시스템연구본부장
한국기계연구원을 비롯한 출연연이 대덕연구단지에 터를 잡은 지 4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단지와 대전이 섞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이런 이야기가 지속되는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지 대전과 연구단지 사람들이 서로 교류가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핵심은 연구단지에서 수행되는 기술개발 과정에 대전지역 기업의 참여가 원활하지 않은데 있다. 대덕 연구단지에는 연간 7조 원 규모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돼 수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의 기술이 대전이 아닌 다른 지역 기업과 함께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착수하거나 이미 상업화에 성공했다. 대덕 연구단지에서 개발된 대형기술인 자기부상열차, 한국형발사체 나로호, 무인잠수정 등이 대부분 다른 지역에 시험설비를 갖추고 있다. 해당 지역들이 기존 관련 산업과 지리적 특성 등이 반영된 것으로 대전에서 이런 대형 산업을 새롭게 육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물론 출연연구소는 우리나라, 나아가 인류 전체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출연연구소의 연구 성과물들이 대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는 아니다. 다만 글로벌 연구기관이 자리 잡은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경우가 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역시 대형 연구기관들은 해당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스텐포드 대학과 버클리 대학 같은 연구중심 대학이 있는 지역에 최첨단 산업이 밀집하며 연구기관이 도시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몇 달 전 대덕연구단지처럼 일본의 정부연구기관이 밀집한 일본 쯔쿠바시를 방문한 적 있다. 상당수의 일본 중소도시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쯔쿠바시는 새로운 교통 인프라가 구축되고 주변 지역으로 산업단지가 확장되고 있었다. 현지인들은 쯔쿠바시의 이같은 활발한 성장이 쯔쿠바의 연구소와 협력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과 기업 덕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구기관이 있는 지역은 연구기관에서 창출된 지식과 젊은 인력을 바탕으로 큰 성장 잠재력을 품고 있다.

대전 역시 우리나라 정부 출연연구소 대부분이 모여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있다.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대전은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잠재력에 비해 그동안 대전의 성장, 특히 산업분야의 발전은 상당히 더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구기관과 지역의 동반성장이 가져오는 시너지를 확인한 지금 망설임 없이 변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

2000년대에 들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지역마다 지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소규모 연구기관 운영, 정책과 제도 도입 등 노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선진국의 산업을 빠르게 따라잡는데 몰두하던 정부 출연연구소의 역할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미래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대전시와 대덕특구의 협력은 바로 이런 미래의 신기술을 실용화 하는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전시의 트램 도입에 있어 지역 연구자들과 함께 계획을 세웠다면 어떨까? 단순히 외국에서 운행하는 트램을 도입하자는 계획을 넘어 자율주행이나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보다 미래지향적인 도로교통 개발계획이 탄생했을 것 같다. 이는 단기적으로 대전시민의 교통편의를 위한 트램 도입계획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교통과 에너지 관련 산업이 대전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방법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상상은 트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의 스마트 도시기술, 도시의 건물 옥상에 온실을 설치해 건물에서 버려지는 열을 활용한 도시농업 기술, 미세먼지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도시전체에 경보체계를 갖추는 기술 등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의 새로운 기술은 수도 없이 많다. 대덕특구와 대전시가 적극적으로 손잡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기술 개발에 함께 나서 동반성장 해나가길 기대해 본다.

송영훈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시스템연구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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