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19(Consumer Technology Show)` 주제는 `스마트시티의 미래`였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미래 도시를 상상해본다는 것은 남다른 설렘을 동반하는 즐거운 일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제품들의 특징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서로 소통하고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자 하는 공통의 소망과 열정, 아이디어를 비즈니스에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실버 세대들을 위한 맞춤형 인공지능 로봇 `삼성봇`을 공개했다. 삼성봇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 혼자서 챙기기 어려운 건강 상태를 즉각적으로 확인해서 관리까지 해주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여기에 직접 신체에 `입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까지 전시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6대 광역시 중 한 곳인 대전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전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8만 4961명으로 150만 명이 채 못 되는 전체 인구에서 12.37%를 차지한다. 타 광역시 노인인구 비중은 부산(16.3%)·대구(14.0%)·광주(12.4%)·인천(12.4%)·울산(10.01%) 등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 추세라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우리 사회 전체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에 대책마련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상용화되기까지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문만 무성하던 독거노인 케어용 인공지능 로봇의 출현은 반가운 소식이다.

다른 한편으로 저출생 구조적 원인 해결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줄어들기 시작한 인구를 빠른 시일 내에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하지만 아직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일자리가 없어 결혼, 출산마저 미루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성화되기 전 다시 지혜와 힘을 모아 쟁취해야 하는 마지막 기회가 아직 우리에겐 남아 있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천명한 4차 산업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충청권의 경우, 수출입이 용이한 항구도시에 비해 경제발전의 모멘텀을 잡기가 어려웠지만 그 대신 KAIST, 충남대를 비롯 43개 대학이 있고,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 25개, 민간 연구소 19개가 자리잡고 있어, 타 지역에 비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교육·연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게다가 지난해 이미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지정된 행정수도 세종이 인접해 있으며, 대전·세종·충남 기업 28만 곳과 충북 기업 15만 곳에 중소벤처기업부 등록 기업만도 40만 곳 이상이다.

지난 1월 24일, 대전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덕특구를 혁신 플랫폼으로 하는 새로운 지역혁신성장 모델을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5개 연구개발특구 중 대덕특구는 가장 먼저 태어난 `맏이` 프리미엄을 제외하고도 교통으로나 인력풀로나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기에 최적의 지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역에서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전략산업을 육성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우선 청년층이 지역 내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우선해야 한다.

플랫폼이란, 계획이나 목적에 따라 사람들이 모이는 장이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전이 진정한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청주공항의 국제노선 다변화부터 외곽 순환도로의 신설, 회의장소와 숙소 확보문제 등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이러한 인프라가 제 때에 갖추어져야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의 신기술을 접목해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 젊고 스마트한 도시의 미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성욱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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