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제조업 강국이다. 제조업 전체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중국, 독일, 일본, 미국 뒤에 위치하는 세계 5위의 제조업 생산국가다. 아울러 국내 GDP대비 제조업 비중이 30%에 달하는 제조업 중심국가다. 근래 서비스업이 증가되고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는 아직 제조업 국가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우리나라는 6000억불이 넘는 수출을 이루어냈다. 이는 대부분이 제조업을 통하여 생산된 제품들인 것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나름대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조생산품들을 수출한 결과이다. 지난해 6%가 넘는 수출증가율을 이루어냈음에도 우리는 제조업의 위기를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수출증가율이 4%에도 못 미칠 것이라면서 수출의 감소,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고용창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제조업의 하나가 자동차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였던 한국자동차의 생산량은 지난 해 멕시코에 밀려 7위로 내려앉았다는 소식이 최근에 전해지기도 하였다.

미국에 아마존이라는 회사가 있다. 제프 베조스가 1994년 창업하였을 때 우리는 이 회사를 온라인 도서판매회사로 기억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제 상업용 드론을 만들어 소위 드론택배를 가능하게 하고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어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제조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가 되었다.

미국에 우버라는 회사도 있다. 이 회사가 2010년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였을 때 우리는 이 회사를 또다른 택시회사로 기억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제 무인자동차, 자율 스쿠터, 전기자전거와 같은 이동수단을 만드는 제조회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마존이나 우버와 같은 기업을 혁신기업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는 사실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소위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혁신기업들이 만들어져야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한 기업을 더 이상 제조업 회사다 서비스업 회사다 업태를 구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의 경우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IBM과 다른 방식으로 컴퓨터를 생산하던 이 회사는 이제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애플은 아이폰을 생산하는 단순한 제조업체라고 말할 수 없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활용하는 아이튠즈와 같은 어플리캐이션을 개발하여 음악 및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업 기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애플과 같은 혁신이 필요하다. 자동차가 더 이상 자동차만이 아니어야 한다. 자동차는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상상을 뛰어넘는 서비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2차전지나 수소로 움직이게 하는 전기자동차의 하드웨어적인 기술만 증대해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경쟁력은 인문감성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우리 민족에게는 오랜 역사속에서 내재된 인문과 예술에 대한 우수한 유전자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백남준, 조수미, 장한나, 방탄소년단(BTS) 등과 같은 세계적인 문화예술가들이 이 좁은 땅에서 꽤나 많이 배출되어 왔다. 소위 아이돌로부터 시작된 한류는 지금도 뜨겁다.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이러한 한류 문화속에 있음직한 컨텐츠를 찾아내어 제조업과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물론 이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의 모든 답은 아니다. 그러함에도 필자는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 산업에 소프트한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전에는 대기업중심의 제조업 기업들이 없으나 연구단지와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IT, 화학 및 바이오 소재 기업 등 비교적 하드웨어 중심의 기업이 많은 편이다. 반면에 최근에 크게 활성화된 경기도 판교의 경우 다양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대전의 하드한 기업들이 판교의 소프트한 기업들과 힘을 합친다면 새로운 제조업이 나타나지 않을까 꿈을 꿔 본다.

최병욱 한밭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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