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3.1절 100주년 기념사서 '신한반도체제'돌입 선언과 함께 중재역 강조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핵 담판 결렬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우선 북미간 합의가 무산된 원인과 과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양국간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두 정상을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혀야 하는 역할을 직간접적으로 주문받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이번 하노이 회담의 성과를 발판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의 선순환 정착을 기대하며, `신(新)한반도 체제`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예고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 간 합의 불발로 평화 무드에 제동이 걸린데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양국의 견해차로 인해 향후 협상도 쉽지 않은 상태다. 급기야 회담 이후 북미가 서로에게 회담 결렬에 따른 책임을 묻는 모습까지 연출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합의가 무산된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들(북한)은 전면적 제재 해제를 원했다"고 결렬 배경을 설명하자, 북측은 1일 새벽 긴급 회견을 통해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니라 유엔 제재 결의 11건 중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주는 항목을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고, 이어 북미간 재반박이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북미간 핵 담판을 전제로 한 신한반도체제 돌입을 공식화하며,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신한반도체제는 대립과 갈등을 끝낸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라며 "신한반도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 한반도에서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기 위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한결같은 의지와 긴밀한 한미공조, 북미대화의 타결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반드시 이루겠다"며 "정부는 미국,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이라며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예고했다. 이는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당부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 그 결과를 알려달라"고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중재자 행보를 본격 재개하기에 앞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공을 들일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노이 회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 어떤 대화가 오가고, 어디에서 매듭이 꼬였는지, 종합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채널을 통해 일단 미국과 접촉할 거고, 북한과도 접촉을 통해 입장을 들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성급히 중재에 나서기보다, 충분히 진상을 파악한 뒤 정교하게 중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및 대응 방안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NSC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각각 관련 사항에 대해 보고받고, 참석자들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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