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은 설렘과 긴장이 엇갈리는 특별한 날이다. 아기였던 아이가 벌써 어엿하게 자라 학교에 다니게 됐다는 사실은 몹시 감격스러운 일이다. 입학식장에서 부모들은 많은 학생 사이에서 우리 아이를 찾기 위해 기웃거리다 의젓하게 서 있는 아이 모습만 보고도 벅찬 감정에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한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도 특별하기는 마찬가지다. 졸업생들은 입시지옥의 학창시절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앞둔 기대로 가슴 설레고, 부모들은 손 많이 가는 양육을 어느 정도는 끝냈다는 생각에 한시름 내려놓는다.

대학의 특수교육과 교수로 임용되기 전에 지적장애 학생들과 자폐성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 몇 곳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그런데 발달장애학생들의 초등학교 입학식과 고등학교 졸업식은 일반적인 분위기와 다소 다르다. 입학식과 졸업식 식순이나 가족들의 축하 등 그 풍경은 비슷해 보여도, 대놓고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부모들의 속내는 크게 달랐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특수학교 초등과정 입학식 장면이 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아 우리 반 아이들 줄 앞에 서 있었다. 아이들이 제대로 줄을 서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떠들던 터라, 담임교사였던 나는 아이들이 줄 서는 것을 도우며 교장 선생님의 축사를 듣고 있었는데, 아이들 뒤쪽에 서 있던 신입생의 어머니가 갑자기 눈물을 쏟기 시작하더니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후에 그 어머니를 만났을 때 그날 일에 대해 여쭤봤다. 그러자 그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어머! 보셨군요. 지금은 여기 학교에 다니게 되어 너무 좋지만요, 그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어쩌다 장애인 학교에 와서 교장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지?` 그랬더니 갑자기 눈물을 주체할 수 없더라구요."

지적능력과 언어능력,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대체로 크게 뒤처지는 발달장애아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이면 부모들은 고민이 깊어진다. 일반학교에 보내서 장애가 없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게 할까,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에 보내서 특수교육을 받으며 비장애 아동들과 어울리게 할까. 아니면 장애학생만 있는 특수학교에 보낼까. 이런 고민 끝에 결국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된다. 어느 경우나 가지 않은 길은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다. 비장애아동들과 어울리도록 일반학급에 보내고 싶지만 `친구들에게 괴롭힘 당하지 않을까`, `억지로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만 받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에 특수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는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내게 된다.

그런데 발달장애 학생의 고등학교 졸업식 때에는 분위기가 더 다르다. "선생님, 우리 애가 벌써 졸업이에요. 근데 이제 어떻게 할지 걱정이에요."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의 어려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양육이 끝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분야에 천재적인 면을 갖고 있는 자폐성장애인도 일부 있지만, 자폐성장애인 중 70% 이상은 지적장애가 있다. 또한 지적장애인의 경우 주요한 장애특성이 지적능력과 적응행동능력의 부족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평생에 걸쳐 크거나 작게 일상생활에 누군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어 집에서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대로 가족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이를 감당하기 힘든 부모는 자녀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올해 3월부터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활동서비스가 무상으로 도입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인구에 비해 수혜자 수는 아직 적고,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제공받던 활동보조서비스를 줄여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을 위한 교육 시간이 너무 적어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하지만 앞으로 지원의 양과 질이 향상돼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끝나지 않는 육아가 한결 가벼워지면 좋겠다. 발달장애아동의 부모들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마음 놓고 감격해 하고, 고등학교 졸업식에는 설레는 기쁨만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전혜인 건양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