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10일만에 폐사체로 발견된 붉은바다거북과 거북의 장 내에서 나온 해양쓰레기.
방류 10일만에 폐사체로 발견된 붉은바다거북과 거북의 장 내에서 나온 해양쓰레기.
2017년 7월 충남 보령에서 국제적멸종위기종이자 보호대상해양생물인 붉은바다거북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 익사한 채 발견됐다. 대표적 장수동물인 바다거북이 그물에 걸려 죽은 것은 매우 안타까웠지만 연구자에게는 매우 희귀한 표본으로서의 가치도 상당해 여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연구 중 하나로 수행된 부검결과는 연구진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폐사한 바다거북의 전반적인 건강과 영양 상태는 양호하였으나 소화 장기 속에서는 한국과 중국에서 버려진 비닐류의 쓰레기들이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해양생물에 대한 인간의 직접적인 위협에 대해 연구진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외국의 다큐나 연구결과에서나 접하였던 문제들이 우리들 눈앞에서 펼쳐졌으니 말이었다. 간과할 수 없는 사태에 대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 연구진들은 좀 더 자세한 연구를 통해 기록을 남기자는 의미로 2018년 급하게 관련 연구진을 꾸려 `한국 연안에서 발견되는 바다거북의 사인 규명 및 위협요인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이 한국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를 수거해 연구를 수행한 결과는 참담했다. 폐사해 발견된 바다거북에서 장천공, 복막염, 장중첩 및 폐색 등 해양쓰레기 유발 질환이 관찰됐고, 장 내 먹이원 분석을 완료한 모든 바다거북(19마리)의 소화기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

특히 한국의 바다거북 개체수를 회복하기 위해 지난해 8월 29일 제주도 중문해수욕장에서 인공증식된 붉은바다거북 KOR0094번(3년생)에 위성추적기를 부착해 방류했으나 불과 10일만에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바다거북의 장 내에서 발견된 해양쓰레기는 단기간동안 얼마나 많은 해양쓰레기에 노출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해양 쓰레기가 바다거북을 포함한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5년 연구논문에 따르면 해양 척추동물 중 373종에서 해양쓰레기에 의한 피해가 보고됐고, 1997년 이후 40% 이상 증가한 추세이다. 적어도 1400 종의 해양 생물이 플라스틱으로 인해 영향을 받으며 가장 작은 박테리아에서부터 고래에 이르기까지 해양 먹이 사슬의 거의 모든 단계에 해당한다. 해양쓰레기에 의한 걸림이나 섭식으로 인한 직접적인 위협 뿐 아니라 플라스틱에서 발생하는 독성 문제도 점차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수와 햇빛에 노출되면서 미세하게 작아지고 강한 독성을 띈다. 일본의 연구에 따르면 일부 바닷새의 조직에서 플라스틱 난연제인 PBDE(polybroom diphenyl ether)를 발견했는데, 이는 잘 못 먹은 먹이가 조직으로 침투해 독성을 띠고,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도 미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자원관과 국립생태원에서는 해양쓰레기가 해양생물에 미치는 심각한 위협을 일반에 알리고, 쓰레기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바다거북 장 내에서 발견된 해양쓰레기를 중심으로 기획전을 준비 중에 있고, 올해 4월 말부터 대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꼭 와서 보길 바란다. 실제로 현황을 살펴본다면 사태의 심각성을 능히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느끼고 스스로 쓰레기를 줄여나가야만 인간에 의한 해양의 위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일훈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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