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김겨울 지음/초록비책공방/244쪽/1만5000원

유튜브에서 책 이야기로 9만 구독자를 모은 `북튜버` 김겨울의 두번째 책이 나왔다.

전작 `독서의 기쁨`에서 책을 고르는 법, 독서법, 독서환경,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전했다면, 이번에는 좀더 진지해졌다. 이번 책에서는 4편의 소설을 진지하고 차분하게 감상한 뒤 거기서 수없이 가지 친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전한다

그가 선택한 4편의 소설은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다.

한때 가슴을 치며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도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그 당시 의미를 상실한다. 하지만 의미를 상실한 후에도 책은 읽은 이의 삶 어디엔가 자리를 잡아 생명을 유지한다. 그는 이것이 책이 대를 이어 영원히 살아남는 방식이라 말한다.

작가는 그런식으로 자신의 삶 어디엔가 자리를 잡아 생명을 유지하는 책, 이미 닳도록 읽어 더는 들춰보지 않지만 자기 삶의 방식이 된 책을 읽으며 감상에 그치지 않고 생각의 가지치기를 한다. 운명을 다룰때는 `나치`를 언급하고, 프랑켄슈타인을 이야기 할때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 옹호`를 다룬다. 백년의 고독에서는 `시간`을,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다루는 식이다.

첫번째 독서 노트인 운명을 보자. 그는 소설의 주인공 죄르지의 운명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다가 베토벤을 떠올린다.

"죄르지와 베토벤이 운명을 두고 취한 태도는 정반대인 것처럼 보인다. 끌어안거나 싸우거나. 삶의 모든 단계를 인정하거나 끌까지 멱살을 잡고 흔들거나. 그러나 이 두가지는 실은 같은게 아닌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새로 주어지는 상황을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어보겠다는 태도는 둘 모두에게 있다."

운명의 주인공 죄르지가 끌려간 유대인 수용소 아우슈비츠와 나치의 유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는 조지 오웰의 `1984`와 다큐멘터리 영화 `액트 오브 킬링`, 아돌프 아이히만을 함께 돌아보면서 서로 다른 고통의 연대에 대해 성찰한다.

이런 식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이야기할때는 인간의 한계들을 뛰어넘으려는 상상에 대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한 권의 책에서 하나의 생각이 어떻게 가지를 치고 다른 책으로 연결되는지, 책이 한 인간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사유의 긴 여정을 함께 하는데 있다. 생각의 파편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에서 작가의 머릿속을 유영하며 유추하는 기쁨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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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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