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복동, 항거 유관순

△자전차왕 엄복동

일제강점기,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한 엄복동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실존인물인 엄복동은 자전차(자전거) 한대로 조선의 자긍심을 높였지만 후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영화는 엄복동이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 최고 자전차 선수가 되기까지 과정과 무장 독립운동가들의 활약 등 두 축으로 나뉜다. 총 제작비 130억원이 투입돼 자전차 대회나 대규모 폭파신, 총격신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3·1절을 맞아 개봉하는 만큼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련미가 떨어지는 연출은 옥의 티다. 경주장면 속 군중신 등은 컴퓨터그래픽(CG)임이 드러나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또 정지훈과 강소라의 애정장면 역시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느낌이 역력하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배우 이범수가 제작자이자 엄복동 스승인 황재호를 연기했고, 친일파 사카모토 역 김희원뿐만 아니라 이시언·민효린·이경영·박근형·이원종·송재호 등 쟁쟁한 주·조연급 배우가 대거 출연했다. 맡은 역할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지만, 조화를 이루지는 못하는 것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 항거:유관순 이야기

3·1 만세운동 이후 고향인 충청남도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대문 감옥에 갇힌 후 1년여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시대의 차가운 공기와 조선의 독립에 대한 유관순의 뜨거운 신념을 동시에 그려냈다.

메가폰을 잡은 조민호 감독은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본 유관순의 슬프지만 당당함을 담고 있는 눈빛에 뜨거운 울림을 느꼈다"며 "이후 역사관 내부에서 `여옥사 8호실`을 방문했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만세를 외친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을 밝혔다.

유관순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인이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영화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 조 감독은 본격적으로 유관순의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영화 속 옥중 장면은 흑백이다. 잿빛 스크린은 차가운 냉기를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을 지닌 유관순과 그 주변 인물을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상영 시간 내내 차가움과 뜨거움이 맞부딪치며 공명한다. 유관순 역을 맡은 고아성은 단식까지 하며 영화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진정성 있는 연기가 가슴을 울린다. 제작비 10억원가량이 투입된 저예산 독립영화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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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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