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가 세종정부청사로 속속 이전하면서 세종시가 행정수도의 면모를 제법 갖춰가고 있다.

행정안전부 1400명 규모의 직원들이 25일 이사를 모두 마치며 세종시대를 연 데 이어, 오는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내려오면 18개 중앙부처 중 12개 부처가 세종에 자리잡게 된다.

여기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차원에서 대통령 세종집무실, 국회 세종의사당 설립을 적극 지원하면서 자치분권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많은 부처가 세종으로 옮겨왔어도 여전히 적지 않은 부처와 국회 등 주요 기관이 서울에 있으니, 세종청사는 홀대받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을 만나보면 사실상 세종에서 장차관은 물론 실 국장들 얼굴 한번 보기가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장차관은 각종 회의와 행사에 참여하느라 한달에 한번 세종청사에 얼굴 비추기가 쉽지 않고, 실국장도 보좌를 위한 출장이 잦아 사무관 이하 직원들은 간부급 선배 얼굴을 보고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후배들을 옆에 앉혀놓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듣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은 의지는 있어도, 시간도 여유도 없다.

젊은 실무자들은 선배에게 일을 배우고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꿈을 펼치는 미래를 그렸지만, 현실은 보고서 같은 문서를 주고 받는 수준에 그쳐 있으니 맥이 빠진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25일 행정안전부 별관에서 현판식을 한 뒤 첫 간부회의를 세종청사에서 주재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장·차관 세종시 체류시간을 이전보다 늘릴 것을 약속하는 한편, 행안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국회, 청와대와의 소통을 위해 모바일, 영상회의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할 것을 직원들에 당부했다. 특히 최근 새로 만든 `일하는 방식 혁신 매뉴얼`에 따라 서울 출장시 출퇴근 시스템을 개선하고 유연 근무를 확대하는 등 업무 체계를 대폭 혁신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이날 현판식 행사를 마치고 세종에서의 첫 간부회의에 나서는 길 "총리가 주 3일 세종시에 머물기로 했고, 장관은 주 1일 체류를 원칙으로 하고있다"며 "장관도 총리만큼 주 3일 머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굳게 약속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다. 세종이 진정한 행정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앞뒤가 꽉 막힌 공직사회의 소통방식을 개선하고 몸과 마음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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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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