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 나타나는 정신적 질환을 뜻한다.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충격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혹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주로 전쟁터에서 충격과 공포를 경험한 군인들이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쟁의 공포 상황 속에서 살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내려지는 진단이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자연재해, 교통사고, 테러, 강도 등 각종 사건이나 사고 등을 겪은 뒤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연령, 인종, 성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또 사고를 직접 경험한 사람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당한 친구나 가족을 옆에서 지켜 본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시작된다. 급성스트레스 장애는 충격적 경험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다. 특별히 정신력이 약하거나, 심약하지 않아도 누구나 당연하게 겪을 수 있는 반응인데 이런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될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판단한다.

◇회피 및 과도한 각성상태가 대표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크게 재경험, 회피반응, 각성상태 등 세 가지 증상으로 구분된다. 재경험 증상은 사건에 대한 기억이 꿈이나 환각을 통해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느끼게 되고, 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는 듯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의 주 증상인 회피 반응은 교통사고를 당했던 사람이 다시 차를 타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이 사고와 유사한 상황에 다시 놓이게 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사고와 관련된 생각이나 말, 사고를 생각나게 하는 환경적인 단서들로부터도 필사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때문에 아예 외부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놓은 채 외면하고 사는 것처럼 심한 정서적 위축상태에 빠지게 되고, 멍하고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되기도 한다. 간혹 아예 사고의 일부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기까지 한다.

또 과도한 각성 상태도 확인된다. 전화벨만 울려도 심하게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진정이 되지 않는 상태로, 외부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때로는 유별나게 신경질적이 되기도 한다.

◇약물치료, 정신치료 병행 필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치료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가 병행된다. 약물치료는 주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해 불안과 우울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또 혈압을 떨어뜨리기 위해 쓰이는 프라조신(Prazosin)이라는 약물은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악몽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된다. 정신치료는 주로 인지치료와 행동치료 또는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인지행동치료가 시행된다. 먼저 인지치료는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과 환경에 대해 갖고 있는 비현실적 믿음과 비논리적 추론을 스스로 발견하고 수정하도록 가르치고 돕는 치료법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행동치료는 학습이론에 근거, 환자가 자기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한 뒤 문제행동을 바꿔나가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바람직한 행동은 증가시키고 그렇지 못한 행동들은 줄이며 부족한 행동을 가르쳐서 어려워하는 상황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하도록 대처방법을 익히게 한다. 또 가족이나 친구들의 지지와 사고를 같이 경험한 사람들과 함께 집단치료를 하면서 서로 지지를 주고받는 것도 치료에 효과적이다.

◇평소 스트레스 대처 훈련 있어야= 똑같은 사고를 당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정서적 후유증만 경험하고 넘어간다. 이는 사람마다 경험과 성격에 차이가 있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양상과 대처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신적 외상 후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심각한 사고나 정서적 외상을 경험한 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고 판단될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이 좋다.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단 한 번의 사고로 인한 고통스러운 증상이 보통은 수개월 이상 지속되며, 회복에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평생 동안 고통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절실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조기에 치료할 경우 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이 가벼운 경우는 발병 초기 적절한 약물 및 단기 정신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박영문 기자

도움말=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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