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은 미술관의 수준과 위상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넓게는 미술관이 지향하는 바를, 좁게는 큐레이터의 안목까지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장품 수집 정책을 미술관에서 신경 써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지난 1988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1254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작품 구입 후 `수장고`라는 무덤에 갇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작품들이 조명을 받는 때가 있는데, 이 때가 바로 소장품전이다. 소장품전은 큐레이터가 전시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선별해 구성한다.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전시였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기획, 연출력이 탁월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과 김주원 학예실장 부임이후 첫 전시로 관심을 모은 대전시립미술관의 `DMA 컬렉션`은 촘촘하게 짜여진 직물과도 같았다. 씨실(대가들의 작품)과 날실(큐레이터의 기획 연출력)을 교차해 직물을 짜듯 한올 한올 정성스레 공들인 흔적이 전시실 곳곳에 역력했다.

전시 시작점은 수장고에 있던 작품을 전시실에 어떻게 설치했는지를 보여주는것으로 시작했다. 작품 설치 매뉴얼을 일반에 공개한 것으로, 사실상 미술관의 속살을 엿보는 것과 다름 아니다. 신선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 만난 `검이불루(3월 31일까지)`전은 말 그대로 검소해보이지만 누추해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대전작가들의 작품과 마주했다.

그동안 미술관은 대전근현대미술사의 흐름을 전시를 통해 선보였지만, 소장품으로 대전미술의 역사를 쓴 적은 없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40-1960년대 대전미술의 중심에 섰던 이동훈과 박성섭을 필두로 대전미술 화단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를 연표로 작성함으로써 전시로써의 기능 뿐 아니라 교육적인 면도 놓치지 않았다. 이 시기 미술관이 소유하지 못한 작품 리스트를 공개하며, 다음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 것은 신의 한수다.

원더랜드뮤지엄(3월31일까지)은 국내·외 미술지형에서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는 주요 소장품이 한데 전시돼 있었는데, "이런 작품이 다 있었어?"라고 감탄을 할 만한 작품이 큐레이터들의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우환의 `조응`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입체적인 전시 기법으로, 미술관의 전문성을 엿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형형색색전(2월 24일까지)에서는 43점의 사진이 하나의 세트인 `백남준의 기억 시리즈`가 전시돼 있는데,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백남준과 그의 주변모습을 생생히 담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누더기 옷도 스타일리스트의 손을 거치면 패션이 되듯, 늘 봐 왔던 대가들의 작품 또한 큐레이터들의 감각이 더해지면 이전에는 느낄수 없었던 새로운 예술적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감성의 공급책은 DMA 컬렉션이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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