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와 `판교밸리`의 성장지표를 비교해 보면 아쉬움이 크다. 대덕특구는 판교밸리의 100배 가까운 부지 규모지만 기업(1600개사, 2017년 기준) 매출액은 17조 원으로 판교밸리(1300개 사, 77조 원)의 22.1%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국가핵융합연구소 등 20여 곳의 국책연구소를 기반으로 하는 대덕특구와 기술기업 중심의 판교밸리의 규모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연구개발 인프라와 기술이 집적돼 있는 대덕특구를 대전의 성장동력에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대덕특구는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기업을 유치하는데 있어 타 지역이 갖지 못한 대전만의 큰 강점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은 `창업은 대덕특구, 성장은 판교밸리`에서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대전시가 함께 추진 중인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조성은 대덕특구와 대전경제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열린 `대전의 꿈, 4차 산업혁명 특별시` 행사에 참여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덕특구를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지역혁신 성장 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선도지역 거점 창출 전략`에서 지방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사업, 대덕특구 거점의 혁신플랫폼 구축 및 혁신성장 인재 양성, 특구 내 자금확충 등의 중점 과제를 발표했다.

특히 정부 발표내용 중 지방정부 주도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하고 지방정부는 사업비를 매칭하는 정도 역할을 주로 수행해 왔으나, 앞으로는 지방정부가 연구개발 사업을 제안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방향이 전향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대덕특구 조성 시 지방정부의 역할은 단지조성 같은 개발 지원분야에 국한돼 지방정부의 산업정책이 적극적으로 투영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특별시 조성에 있어 지방정부 역할이 커질 경우, 대덕특구를 국가차원 기술공급 기능 강화와 함께 대전경제 성장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여지도 커졌다.

이 같은 변화를 감안할 때,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조성 등에 있어 지방정부는 무엇보다도 다음 두 가지를 염두에 뒀으면 한다. 첫째, 특별시 기반이 될 `대덕특구 리노베이션`을 통해 바이오, 블록체인, 빅데이터, AI 등 신기술의 테스트베드 구축을 여타 시·도에 앞서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대덕특구 소재 신기술 기업의 규제특례 적용과 신제품 개발관련 예산지원이 용이하게 되므로 기술개발 속도가 빠른 기업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사업화 단계와 성장 간 연계지원도 강화될 수 있어 신기술 중심으로 새로이 대덕특구에서 기업간 집적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특별시 조성 과정에서 대전-세종 상생발전 협력전략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지역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세종은 스마트시티의 국가 시범도시로 선정돼 있고, 핵심 육성산업 또한 AI·디지털·블록체인 이라는 점에서 대전의 첨단기술을 응용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이다. `4차 산업혁명 특별시` 대전과 `스마트시티` 세종이 지식자원의 융합과 지역연계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지식집약 경제권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전 전략이 긴요하다.

올해는 대전시 출범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의 뜻 깊은 해이다. 모쪼록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거듭나기 위한 우리 대전의 노력이 전국 대비 2.2%(2017년 명목GRDP 기준)에 불과한 대전경제의 외연(外延)을 넓히고 내실 있는 성장기반을 다질 수 있는 견고한 초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

오영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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