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학원에서 오랫동안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학생들을 경험했다. 소위 상위권 학생부터 꼴찌 학생까지 모든 수준의 학생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 두 학생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두 학생은 성적과 성격 모든 점에서 달랐다. A군은 성적이 상위권이었다. 수학 진도를 무리 없이 따라오고 숙제도 잘 해오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 학생과 정기 상담을 할 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하곤 했다. 마음을 좀 더 들여다 보기위해 "너는 공부를 왜 하니?"라고 물으니 "집에서 학원가라고 해서", "하지 않으면 꾸중을 듣게 되니 그게 싫어서 공부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반면 B군은 하위권 성적에,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공부에 대한 열의도 없었고 수업시간도 따분해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며 해맑게 웃는 학생이었다. 시간이 지난 후 A군의 성적은 떨어졌다. 늘 그 상태에 정체돼 있었고 앞서나가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점점 뒤로 처졌다. 점수는 비슷하지만 등수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놀랍게도 B군의 성적이 대폭 상승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도해 왔지만 이런 상향곡선을 그린 학생이 드물기 때문에 좀 더 관찰하고 있었다. 후에 정기 상담시간에서 들은 얘기는 다음과 같았다. 부모가 공부에 마음이 없으면 학원에서 고생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B군은 학원이 너무 다니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오로지 친구들이었다. 부모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으면 적어도 어깨는 나란히 해야 하지 않겠냐며 동기부여를 했고 그 때부터 `친구들과 점수는 비슷하게 유지하자`라는 목표를 세우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후에 진학 결과를 보면 A군은 기본은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갔다. B군이 조금씩 자기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재미를 붙여나가며 공부를 하기 시작해 극적으로 좋은 대학에 들어갔을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재수를 선택했다. 더 큰 목표가 생겨 꼭 달성해야 직성이 풀리는 학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힘든 재수생활을 견뎌 결국 A군이 들어간 대학에 입학했다. 필자가 두 학생을 비교한 이유는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A군은 대학생활을 즐기지 못했다. 자신의 의지대로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학과 선택부터 수강 신청까지 모두 본인 의지가 빠져있었다. 적당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적당한 직장을 선택해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요즘도 가끔씩 연락을 하지만 삶이 너무 재미없다고 늘 후회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B군은 본인이 선택한 학교와 학과에 들어가 너무 재미나게 대학 생활을 했으며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까지 취득 후 현재 연구원으로서 역할을 한다.

학부모들과 상담을 하면 기본적으로 A군의 성적과 생활을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이 본인이 행복해 하는 삶을 살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남들이 보기에 안정적으로 살기를 원하는 것 두 가지에서 학부모들은 늘 갈등하며 고민한다. 하지만 교육은 부모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진정으로 행복해 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B학생 부모의 신의 한 수는 아들이 친구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단기적인 목표부터 하나씩 성취해 나갈 수 있도록 단계를 만들어 준 부분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기에는 학생들아 현실을 숨기고 도피하고자 하는 방어기제가 들어있다. 이 부분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는 단기적인 것에서 장기적인 것까지 목표를 세우는 것이 힘든 여정을 이겨내는 버팀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꾸중하며 이 학원 저 학원 방황하기보다는 정확하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도록 고민해 보면 어떨까?

방준성 대전스터디입시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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