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문제발견과 문제해결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 직장, 사회에서도 온통 창의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의 삶 속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창의적인 사람의 습관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그들이 쓴 책을 읽어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할까?

창의적인 문제 발견은 관찰로부터 시작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도 관찰을 통한 통찰력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탐구 과정은 관찰, 문제인식, 가설 설정 등의 순서로 이어진다. 관찰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통찰과 직관을 통해 가설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디자인 씽킹(Thinking)에서는 (관찰, 인터뷰, 체험을 통한) 공감, 문제정의, 아이디어 찾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용어만 다를 뿐 관찰과 통찰에 의지하는 과정은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관찰과 통찰이 가진 한계다. 강의시간에 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찾는 학생을 예로 들어보자. 밀폐된 공간을 확인한 학생이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뇌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아 졸린 것이다` 라고 추론했다고 하자. 이 학생이 밀폐된 공간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졸음에 대한 상식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이를 관찰의 이론 의존성이라고 한다. 관찰의 이론 의존성 때문에 개인이 알고 있는 지식, 경험 등의 색안경을 통해 관찰한다. 관찰 결과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학생은 `강의하는 교사가 재미없게 가르치기 때문이다`라고 추론했다고 하자. 이는 확증편향일 가능성이 크다. 확증편향은 다양한 자료 중에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지지하는 자료만 관찰하는 성향이다. 졸고 있는 다른 친구들만 바라보면 자신의 관찰과 추론이 옳다고 믿는다.

따라서 관찰 결과는 객관적이지 못하고 편향된다. 관찰로부터 얻어지는 문제해결 아이디어(통찰력)도 효과적일 가능성이 낮다. 결국 세심한 관찰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관찰과 통찰의 한계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정치를 하는 사람,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에게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도구를 활용해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맨 눈으로 관찰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안경, 망원경, 현미경 등과 같은 도구를 이용하면 한계 너머를 볼 수 있다. 그 도구가 바로 통계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계적으로 분석해도 관찰의 이론의존성이나 확증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관찰에만 의지해서 통찰하는 것보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안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탐구 과정에서 관찰을 통해 문제를 인식했다고 바로 가설을 설정하지 말자. 충분한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철저하게 분석한 후에 가설을 세우자. 그래야 어떤 현상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 디자인 씽킹에서도 공감을 통해 문제를 정의했다고 바로 아이디어를 찾지 말자.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해 통계적으로 분석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자. 그동안은 훌륭한 도구를 옆에 두고도 관찰과 통찰에만 의지해서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문제해결로 이어지기 힘들었다.

김종헌 대전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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