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도저히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기에 부적절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우선 너무 성격이 다른 악기들로 구성돼 있다. 전혀 다른 재질로 만들어진 현악기, 목관, 금관악기, 타악기 그리고 건박악기가 각자 다른 물리학적 구조와 연주주법으로 저마다 독특한 음색을 연주한다.

각 악기가 각자 그룹별로 연주를 하면 소리의 이질감이 적어서 조화를 이루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듯 느껴지지만 다른 악기군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섞이는 소리는 굉장한 소음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게끔 한다. 특히 오케스트라가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기 전 각자 준비(Warm-up)하는 시간에는 말이다. 전혀 섞이기 힘들어 보였던 수많은 악기들이 연습을 통해 서서히 소리가 가다듬어진다. 리듬과 박자는 정확해지고 선율은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워지며 음악적 흐름은 유려해져 점점 평온해지다 어느새 거세고 강렬한 폭풍과 같은 격렬한 사운드가 새롭게 창조된다.

연주 때 오케스트라는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한 사운드로 우리를 즐겁게 긴장시키고 흥분시키는 매력적인 생명체로 되어 있는가. 정말로 신기하고 흥미로운 과정이다. 뛰어난 지휘기술, 노련하게 오케스트라연주자들을 이해시키며 이끌어가는 설득력, 음악적 진지함과 예술적인 영감을 지닌 지휘자의 현란한 손놀림은 보는 이들을 신비한 세계로 여행시킨다. 하지만 항상 신나는 여행만 하는가? 가끔은 능력 없는 지휘자 때문에 형편없는 여행으로 지겨워하기도 한다.

다행히 훌륭한 오케스트라 덕분에 그의 능력이 숨겨질 수도 있지만…. 아무튼 지휘자의 절대적인 역량으로 음악여행의 즐거움이 극대화된다. 노련한 오케스트라일수록 지휘자의 의도를 금방 눈치 채고 바로 이해하며 짧은 시간 만에 놀라운 그들만의 음악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서로가 음악적 교감을 이루며 짜릿함과 성취감으로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연주회를 묘사해 보면 화가의 팔레트에 가득 찬 각양각색의 물감들이 마치 캔버스 위에서 화가의 붓 터치로 인해 화려하게 물결치듯이 요동친다.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악기 소리는 지휘자 지휘봉의 의미 있는 움직임에 따라 허공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유희한다. 그리고 청중을 유혹한다.

이운복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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