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억지춘향`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사전적 의미는 `억지로 어떤 일을 이루게 하거나 억지로 겨우 이루어지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말 그대로 억지인 상황에서 사용하는 억지춘향의 유래는 분명치 않다. 전해지는 여러 유래 중 대표적인 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대소설 `춘향전`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변 사또가 춘향이에게 억지로 수청을 강요하지만 춘향이가 절개를 지키며 거절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것.

그런데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청주 에어로폴리스 2지구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진행 중인 이주 대책이 억지춘향식 행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충북경자청은 2016년 이 사업 조성 계획을 수립하면서 주민들에게 2지구 밖인 내수읍 원통리 시유지에 이주택지를 조성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자청은 지난해 말 돌연 주민들과의 약속을 깨버렸다. 사업지구 외 이주자택지 조성은 관련 법상 불가능하다 이유에서다. 그러자 공공사업으로 세 번째 강제 이주를 당할 처지에 놓인 입동마을 주민들이 강력 반발했다. 입동마을의 한 주민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호소문까지 올리는 등 반발 수위를 높여갔다. 지역 언론들도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연일 보도하며 경자청을 압박했다.

경자청은 지역 여론이 악화하자 사업지구 외 이주자택지 조성은 관련 법상 불가능하다고 고수하던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최근 입동리 주민들의 이주 대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경자청이 행정기관과 달리 국가계약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충북도 출자기관인 충북개발공사의 공공개발과 연계해 이주자 택지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경자청의 유연한 대처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법적으로 불가하다는 원칙만을 고집한 경자청의 미적지근한 대처는 억지춘향 행정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경자청은 법을 방패막이 삼아 이주대책은 나 몰라라 하기 이전에 이주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위민행정을 펼쳤어야 옳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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