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편의 시설, 도시 자족기능 미흡

충남도청 소재지인 내포신도시 조성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당초 기대했던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인 2020년 말 계획인구는 10만 명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2만 5000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내포신도시는 이대로 가다가는 목표인구 10만 명 달성은커녕 인구 5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조그마한 행정타운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포는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시민 편의를 위한 자족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충남의 수부도시라고 하지만 딱히 내놓을 만한 회의시설이나 숙박시설도 없다. 국내외에서 손님이 오더라도 회의를 하면서 음식을 대접할 만한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게 현재 도시의 한계다.

내포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만 명 이상이 거주해야 한다. 충남도는 그동안 인구 유입을 촉발시킬 수 있는 기업, 대학, 종합병원 등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MOU를 체결하는 수준에 그쳤다. 결국 내포신도시는 시작은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자족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혁신도시 지정이다.

그럼 왜 하필 혁신도시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내포신도시를 혁신도시로 지정하면 수도권의 공공기관을 끌어 올 수 있다. 또한 이전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이 가능하다. 혁신도시법은 제1조에 수도권에서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등을 수용하는 도시를 혁신도시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단체 중 대전과 세종, 충남만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돼 있다. 대전과 세종은 이미 정부종합청사와 준정부기관들이 많이 입주한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충남만 소외받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충남은 혁신도시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충남은 세종시가 건설된다는 이유로 혁신도시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세종시가 특별자치시로 분리돼 나간 이후에도 여전히 혁신도시 대상에서 배제시켜 놓고 있다.

내포혁신도시는 정치권에서도 이미 단골메뉴가 됐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내포신도시를 환황해권 중심도시로 육성할 것을 약속했다. 또 지난해 말 민주당 지도부는 내포에서 열린 현장간담회에서 혁신도시 지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양승조 지사가 혁신도시 지정을 위한 민주당의 당론 채택을 요구하고 있고, 국회 국토위에도 충남도내 1곳을 혁신도시로 지정하는 내용의 혁신도시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그럼에도 내포신도시 혁신도시 지정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대통령의 공약은 결국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았고, 민주당 지도부의 현장간담회는 일과성 민심 탐방 수준에 그쳤다. 또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당론 채택은 소식이 없고, 혁신도시법 개정안도 언제 논의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민들을 더더욱 화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한 달 간격을 두고 현 국무총리와 전 국무총리가 내포혁신도시 지정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하고 떠났다. 이낙연 총리는 설 명절을 앞두고 광천시장을 찾아 내포 혁신도시 지정에 대해 "마구 늘려 놓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결이 다르긴 하지만 이완구 전 총리도 금주 초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도시가 됐다 한들 들어올게 무엇이 있느냐"는 말을 했다.

두 전 현직 총리가 잇따라 혁신도시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한 뒤 충남도청은 뒤숭숭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내포신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그저 한마디 내뱉고 떠났다. 도청 내 분위기는 `정치적`이라거나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말이 대세를 이룬다.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로서는 내포신도시 활성화는 혁신도시 지정 이외에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어렵다. 내포신도시의 인구성장과 자족기능도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유치가 선행돼야만 가능하다.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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