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에 이어 당진서 또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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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에서 잇따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산업재해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 씨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근로자 1명이 숨졌다. 김용균 씨 사망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며 `위험의 외주화` 현상을 막기 위한 법까지 개정됐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극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일 오후 5시 30분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 수리 외부 용역업체 광양㈜ 소속 이모(50)씨가 제철소 내 중계타워에서 작업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이 씨는 이날 컨베이어벨트 표면 고무가 노후 돼 교체작업을 벌이다 옆에 있는 다른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가 작업 중이던 106번 컨베이어벨트는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지만, 작업 도중 새로운 부품을 가지러 공구창고로 향하다 옆에서 가동 중이던 다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은 21일 새벽 1시 30분 컨베이어 벨트 2곳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보내 경찰, 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또 해당 용역업체가 앞으로 시공하게 될 작업에 대해서도 중지 명령을 내렸다.

천안지청은 초기 현장 조사 결과, 이 씨가 컨베이어벨트 위를 건너다 끼어 사망한 것으로 사고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보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22일 시신 부검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16년 11월에도 용역업체 노동자 한 모씨가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던 중 숨지는 등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노동자 36명이 각종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바 있다.

현대제철은 사망사고와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제 2의 김용균`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연달아 비정규직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과 2개월 만에 비슷한 사고로 근로자 2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산업 현장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보다 강도 높은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병준 민주노총 대전본부 총무국장은 "김용균 노동자 사고가 채 잊히기도 전에 또 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그동안 어떤 안전 조치를 취했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사고는 단순히 한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 차원을 넘어 노동자의 안전을 대하는 기업들의 안일한 태도가 드러나는 사고"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전반적으로 노동자의 생존권과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인식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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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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