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우안 와인을 대표하는 쌩떼밀리옹(Saint-Emilion) 와인 지역은 보르도의 오른쪽 40킬로에 위치한, 중세 도시 흔적을 간직해서 199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쌩떼밀리옹 마을을 포함한 9개 마을로 구성됩니다. 8세기에 프랑스 북서부 브르따뉴 출신 수도사 에밀리옹이 순례의 정착지로 삼아 17년간 은둔했던 동굴이 있는 마을 이름이, 수도사가 사후에 성인으로 추대되면서 쌩떼밀리옹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쌩떼밀리옹 와인 재배 면적은 약 5,500 헥타로 마고와 뽀이약 등 오메독의 주요 4개 마을을 합한 것보다 약간 더 큽니다. 포도 품종은 뽀므롤과 마찬가지로 쌩떼밀리옹에서도 메를로(60%)를 주로 사용하여, 메독 와인보다 훨씬 부드러운 와인을 만듭니다. 메독 지역보다 내륙에 깊숙이 위치하기에 보르도 우안은 온화한 날씨를 제공해 주는 바다의 영향이 적을 뿐 아니라, 토양이 습하고 차가워서 까베르네 쇼비뇽이 잘 익지 않습니다. 이미 16~17세기에 외국에 잘 알려지고 유통되었던 보르도 좌안과는 달리, 우안 와인은 20세기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수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와인 등급 체계도 메독의 1855년보다 100년 후인 1955년에야 수립되었습니다. 등급 수정이 거의 없었던 메독과는 달리 엄격하고 원칙적이어서 약 10년마다 등급을 조정(6번)을 했고, 최근 수정은 2012년에 있었습니다. 2006년의 등급 조정이 불공정 판정 소송에 휘말리면서 무효처리 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2012년 등급 조정에서는 등급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을 보르도 와인 관계자는 완전 배제하고 프랑스의 부르곤뉴·론·샹파뉴 등 다른 지역 와인 전문가들로 구성했습니다.

쌩떼밀리옹 와인 등급은 크게 2개 그룹으로 나뉩니다. 그랑 크뤼 클라세와 1급 그랑 크뤼 클라세입니다. 1급 내에서 다시 A와 B의 2개 등급으로 세분화됩니다. 2012년 등급에는 1급A 4개, 1급B 14개, 일반 그랑 크뤼 클라세 63개가 지정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샤또 슈발 블랑(Cheval Blanc)과 샤또 오존(Ausone)의 2개뿐이었던 기존 1급A에 샤또 앙젤뤼스(Angelus)와 샤또 빠비(Pavie)가 승급되어 추가된 것입니다.

쌩떼밀리옹 최상급 샤또들은 크게 2개 지역에 나누어 분포하고 있습니다. 우선, 쌩떼밀리옹 마을을 중심으로 한 언덕 지역은 지롱드강의 지류인 도르도뉴강이 내려다 보이는 남향 경사면을 이루는 석회암 지형에 점토질인데, 전형적인 쌩떼밀리옹 스타일의 과실미가 충만하고 유연하며 메독에 비해 알콜 도수가 평균적으로 더 높습니다. 대표적인 와이너리는 1급A 그랑 크뤼 클라세 샤또 오존입니다.

또 다른 쌩떼밀리옹의 훌륭한 떼루아는 서쪽 뽀므롤 마을과 인접한 자갈·진흙밭 구릉지대로 뽀므롤 근처답게 진흙에 철분의 함량이 높습니다. 직전 칼럼에서 소개드렸던 뽀므롤 샤또 에방질의 길 건너에 위치한 샤또 슈발 블랑이 이 지역의 대표적인 와이너리입니다. 슈발 블랑은 까베르네 프랑을 주품종으로 메를로와 블렌딩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균형잡힌 와인으로 평가받습니다.

2016년 7월 보르도 와이너리 투어시 이들 2개 1급A 샤또들은 방문을 하지 못했지만, 이들의 바로 주변에 위치한 1급B 샤또들, 피작(Figeac), 보세주르-베코(Beau-Sejour Becot), 끌로 푸르테(Clos Fourtet)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음 칼럼들에서 이 샤또들의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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