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중 혜광 스님
원중 혜광 스님
세상은 바야흐로 지식과 정보의 시대다. 지식이나 정보가 있어야만 그것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그로부터 창출된 부가가치, 즉 돈이 있어야만 생활의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스미디어의 시대다. 점점 더 다양한 정보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온다. 예전에는 정보전달 매체가 교과서나 책, 신문 정도로 제한돼 있었으며, 그나마도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발행 주기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TV, 스마트폰 등과 같은 첨단화된 정보전달 매체가 확장되고, 정보 갱신 속도가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그 전달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그리고 이들은 서두에 이야기한 이유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 역기능 역시 적지 않다. 많은 정보가 쉴 새 없이 전달됨에 따라 사람들은 더 많은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 많은 정보는 우리의 부족함을 일깨우면서 우리에게 더 완벽한 모습을 강요하고, 그 프레임을 따라오지 못하면 우리는 낙오자로 분류되게 됐다.

또한 새로운 정보를 전달해야 그 생명력이 유지되는 매스미디어의 속성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던 오감에게 새로운 역할을 가용하고 있다. 눈은 외부의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화려한 옷과 인테리어를 요구하고 있고, 코는 산소를 공급하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더 향긋하고 자극적인 냄새를 요구하고 있다. 두 개의 귀는 외부의 소리를 입체적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을 넘어서서 더 좋은 음질의 음향과 자극적인 소리를 바라고 있다. 입은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서 더 달콤하고 새로운 맛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본말이 전도돼 우리는 이 오감의 만족을 위해 오늘도 정말이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을 둘러싼 새로운 틀인 프레임과 오감은 우리를 불만족한 인간으로 만들고, 결국 사람들의 삶에 대한 만족지수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낮아지고 있다.

그 때문일까? 과학기술과 거리가 있다고 하여 소외되던 인문학이 최근 들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위와 같이 다양한 프레임과 5감의 욕구 속에서 방황하던 현대인들이 삶의 길을 찾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문학 서적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것은 인간으로써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근본적인 답을 준다는 면에서 좋은 현상이다.

삶의 길을 찾는 이에게 추가로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종교를 가져볼 것을 권하고 싶다. 나는 스님이니 불교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약 2500년 전에 부처님은 삶의 문제에 대해서 깨우치고자 그 편안한 왕자 신분을 버리고 출가를 하신다. 그리고 다양한 과정을 경험했으며, 마침내 보리수 아래서 명상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우치신다. 이후 이 내용은 불교를 통해 고스란히 현대에 이르고 있다. 우리 절을 다니시는 거사님 중에 인문학과 심리학에 조예가 깊은 분이 있으신데, 이 분의 말씀이 불교를 알면 알수록 인문학 및 심리학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특별한 이론을 알았다고 하여 삶은 금세 바뀌지 않는다. 그 동안 살아온 습성, 즉 무의식 때문이다. 무의식은 우리가 계속해서 강화해온 방향, 즉 매스컴과 오감에 의해 길들여져 있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우리가 내리는 판단의 50% 내지 90%가 무의식의 판단이라고 하지 않는가?

결국 무의식을 바꾸는 것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새로이 알게 된 특별한 지식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읽고 체험을 하고 내 마음에 새겨야만 비로소 내 삶도 달라지는 것이다. 스님들이 불경을 반복적으로 암송하고 명상을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때로 종교인들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우리를 걱정시키지만, 종교에 흐르는 핵심은 그대로 잘 전달되고 있으니 안심하고 종교를 가져보기 바란다. 내가 스님인 관계로 불교를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타종교도 유사한 과정으로 이루어질 테니 어느 종교든 관계가 없다.

오늘이라도 종교 시설에 가서 방석이나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아보기 바란다. 마음이 차분해질 것이다. 눈을 감는 순간 혹시 무슨 생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고 그저 생각일 뿐이라고 알아차리면 된다. 그러면 2500년 전 부처님과 같은 명상의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신에게 깊은 휴식감을 줄 것이다.

원중 혜광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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