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3·1 운동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의미 깊은 해다. 무궁화는 태극기와 더불어 건국 이래 대표적인 나라 상징으로 사용됐다. 이는 일제 강점기 남궁억 목사를 비롯한 여러 애국지사들이 무궁화를 민족 얼과 독립정신의 표상으로 삼아 널리 심고 가꾸도록 장려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일제는 무궁화를 보이는 대로 뽑았으며, `만지면 부스럼이 나고 보기만 해도 눈에서 피가 난다`는 유언비어까지 퍼뜨렸다고 한다.

무궁화(Hibiscus syriacus L.)는 꽃이 드문 여름철 100여 일 동안 뜨거운 태양을 의연히 이겨내며 매일 크고 화려한 꽃을 새로 피워 `무궁(無窮)`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세계 50여 개국에서 300종 이상의 품종이 개발돼 인기 있는 관상수로 사랑받아 왔으며, 꽃잎 색에 따라 무늬 없는 순백색은 `배달계`, 흰색, 연분홍, 연보라색 바탕에 중심에는 단심(丹心)이라 불리는 붉은색 무늬가 있으면 `단심계`, 꽃잎 가장자리에 무늬가 있으면 `아사달계`로 구분하기도 한다. 흔히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아 가꾸기 어렵다고 하는데 실상은 새싹이 돋는 4월 말부터 5월 초에 잠깐 피해를 주는 것이 전부이며, 이마저도 저독성 살충제 를1-2회 살포하면 간단히 없앨 수 있다.

무궁화는 동의보감에 기록된 약용식물이기도 하다. 나무껍질(木槿皮)과 꽃(木槿花)은 달여 기관지염, 장염, 이질, 치질, 복통 치료를 위해 복용했고, 씨앗(木槿子)은 볶아서 가루를 내어 기침, 가래, 편두통에 사용했다. 현대과학에서 밝혀진 무궁화의 대표적 효능은 종양 및 염증억제, 지방배출 촉진, 피부노화 지연 등인데, 이들은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 제조 등에 유망해 관련 연구와 특허가 급증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1950년대 무궁화 연구를 시작한 이래 아름답고 가꾸기 쉬운 무궁화 신품종 23종을 육성하고 가로수, 분화 재배·관리 기술을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무궁화 추출물의 신물질 탐색 및 기능성 활성 분석 등 연구영역을 더욱 확대해 무궁화 꽃잎 추출물의 피부미백 효과 및 뿌리 추출물의 항염증 효과 등을 규명, 특허 출원한 바 있다.

산림청은 2018년부터 무궁화진흥계획을 수립해 나라꽃을 보다 널리 심고 가꾸며 세계적인 국가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세계적으로 무궁화 외에 어떤 식물도 이처럼 특정 민족과 동일시되며 수난을 겪은 예는 없다고 한다. 3·1 운동 100주년, 선조들의 나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오랜 시간 많은 시련을 은근과 끈기로 극복해온 우리 민족과 닮은 무궁화가 백두에서 한라까지 더 사랑받는 꽃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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