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은 유럽을 대표하는 역사와 문화의 도시다.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인구 역시 매년 증가하는 남부러울 것 없는 도시처럼 보이지만, 15년 전만 해도 베를린은 20%에 이르는 실업률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경험했다. 관광 외에는 마땅한 성장 동력이 없었기 때문에, 도시 내 인프라 부족, 교통 혼잡과 환경문제라는 고질병이 늘 뒤따랐다.

베를린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시도했던 전략은 적극적인 기업 유치다. 기업이전과 창업에 대한 각종 혜택은 물론,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스타트업과 기업가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독일 내 주요 펀딩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며, 독보적인 스타트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했고, 기존의 기업들도 본사를 옮기고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냈다.

베를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마트시티 베를린 전략`을 통해 스타트업과 함께 도시 재생을 위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거주 공간은 물론, 도시 인프라 구조, 에너지 활용, 폐기물 처리 등 도시의 성장에 직면한 문제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해결해 나갔고, `기업 간 네트워크`와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모빌리티`라는 세 가지 축을 토대로 글로벌 산업을 주도하는 최첨단 도시로 변모하게 됐다.

수출규모 6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조선, 철강, 자동차 등 국가경제를 이끌어 온 기간산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우리나라에 `기업`과 `스마트시티`를 기반으로 한 베를린의 성공 사례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며칠 전 대통령은 부산 벡스코에서 스마트시티 전략발표회를 갖고, 부산과 더불어 세종을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스마트시티로 조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세종시가 지닌 혁신성과 포용성은 스마트시티로서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세종시는 지난해 11월 영국표준협회로부터 영국의 캠브리지 및 호주 멜버른과 더불어 스마트시티의 세계 5개 시범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마트시티 조성은 곧 `기업의 스마트화`로 연결된다. 기존의 도로, 용수 등 기본적인 인프라에 자율주행셔틀, 에너지 모니터링, 첨단정보 시스템 등 미래 첨단 기술이 접목돼야 하는 만큼, 스마트시티에 필요한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체 기술력은 물론 기업 간 융·복합을 위한 자유로운 네트워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에 맞춰 지난해 8월 신개념 스마트 산업단지로서,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세종시를 포함한 전국 7곳을 후보지로 발표했다. 세종의 강점은 확실하다. 세종시가 5-1생활권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와 연계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반기술을 구현하고 첨단 신소재 및 부품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면, 수도권에 대응할 만한 중부권의 중심도시로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국가산업단지는 단순한 공장의 집적지가 아닌, 지역의 혁신성장을 주도할 산업 생태계를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스마트시티로서 스타트업의 중심지가 된 베를린의 사례, 그 이상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도시로서 세종시를 주목해 보면 어떨까. 스마트 도시 세종의 미래는 밝다.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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