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이 제도화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준말) 트렌드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삶의 질 향상에는 많든 적든 소비가 수반되기 때문에 워라밸의 추구가 진정한 행복으로 연결되려면 `소비자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오늘날 소비자에게는 변화하는 소비환경 속에서 현명하고도 지속적인 소비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소비자역량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는 금전 관리, 제품·서비스 거래, 소비자 권리 및 책임 분야의 지식과 태도 등이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20세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우리 국민의 소비자역량 수준을 측정한 결과, 보통 수준(100점 만점에 65.5점)으로 4년 전에 비해 소폭(1.5점)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소폭으로 증가된 소비자역량에 비해 소비시장의 변화가 더 가파르다는 데 있다. 워라밸 트렌드와 관련해 예를 들어보자면 레저용품, 공유숙박업 등의 분야에서 여가 안전,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 불합리한 스포츠시설 약관, 신기술 제품의 선택정보 부족 등 여러 문제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상담의 증가 폭은 타 품목 평균의 3배에 이른다. 워라밸과 삶의 질 추구가 `소비자문제`라는 뜻밖의 적을 만나 난항을 겪지 않으려면 소비자역량을 지금 수준보다 한층 더 높일 필요가 있다.

먼저 소비자역량을 높이기 위한 정부 및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연령별, 대상별 맞춤형 소비자정보제공 및 삶의 질 추구와 관련된 소비생활 지원 정책을 보다 충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의 노력도 중요하다. 미디어의 소비생활정보에 귀 기울이고 소비자종합정보망 `행복드림` 홈페이지 등을 활용해 소비자피해사례나 위해제품정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참여가 빠질 수 없다. 대표적 워라밸 실천 국가인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생활에서 사용되는 수만 가지 소비자 제품·서비스에 대해 비교테스트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업은 이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또한 프로슈머(생산자+소비자) 양성을 통해 소비가이드 정보도 폭 넓게 생산하여 사회적 가치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워라밸 시대에 우리 기업이 참고할 지점이다.

배순영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시장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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