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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야기] 생활 속의 우리말 사전

2019-02-14기사 편집 2019-02-14 08: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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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운영하던 커피숍을 새롭게 단장하였다기에 축하할 겸 방문하였다. 잘 차려진 가게 모습을 구경하다 보니 분위기뿐만 아닌 이름까지'가배'라고 바꾼 것을 보고 참 방송의 힘이 대단하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배'는 '커피'를 비슷한 소리가 나는 그대로 바꾸어 사용한 것이다. 지난해 큰 인기를 얻었던 한 드라마에서 '가배'라는 말이 더 알려지면서 이제 '가배'라는 말을 사용한 커피숍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조금은 낯선 우리말은 외국인들이 더 관심을 두고 사용하는 듯하다. 우리말과 문화와 관련한 문제를 푸는 한 방송에서 '시망스럽다'라는 말의 뜻을 맞춰야 하는 단계가 있었다. 이 문제를 두고 우리말을 공부하는 외국인과 우리나라 사람이 겨루었는데 결국 외국인이 그 뜻을 맞추었다. 이 방송에서 '미쁘다'라는 말의 뜻을 묻는 문제도 나오기도 했는데, 얼마 전 '미쁘다'라는 가게 이름을 두고 생겼던 일화가 떠올랐다. 길을 걷는데 옷가게로 보이는 곳의 간판에 '미쁘다'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를 두고 동행하던 이는 '이쁘다'가 아니라 '예쁘다'라고 썼어야 한다고 나름의 우리말 지식을 보여주었다. 혹시 '미쁘다'라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뜬금없이 그런 걸 왜 묻냐는 표정을 짓고 갈 길을 재촉하였다. 옷가게고 하니 얼핏 보아선 '이쁘다'로 보일 수 있었겠다 싶기도 했다. 우선 '이쁘다'도 2015년에 복수표준어로 인정을 받았기에 이제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틀리다. 그리고 '미쁘다'는 '믿음성이 있다'라는 뜻인데 옷가게 이름을 왜 그리 지었을지 아직도 궁금함이 남아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방송이나 가게 이름 등에서 다양한 우리말 사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우리말 겨루기 출전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 않고서야 이런 어휘를 언제 접해보겠는가. 이렇게 일상에서 마주한 낯선 어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조금만 관심을 두고 그 뜻을 확인한다면 자신의 어휘 사전을 채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렇기에 방송에서는 이러한 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때에는 충분히 검토하고 알려야 한다. 요즘 요리나 음식 소개하는 방송이 참 많아진 듯하다. 한 방송에서는 한국의 '불고기'와 일본의 '야키니쿠'를 관련지어 그 어원을 전달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한때 엄청난 화제가 되어 우리나라 국어학자들까지 반대 입장을 설명하며 그 불길을 거세게 만들었다. 물론 방송에 출연한 개인의 입장이긴 하였으나, 이른바 '맛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전문가가 마치 정설인 것처럼 이야기를 전달했으니 모르는 사람들은 그대로 수용할 수도 있으니 위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다양한 우리말을 활용한 움직임들이 조금 더 활발히 이루어지되, 정제된 언어생활과 전달을 통해 생활 속의 우리말 사전이 더욱 풍부하게 채워졌으면 한다.

또한, 다양한 세계의 음식이 전파를 타고 소개되면서 이국적인 음식 이름이 갈수록 쉽게 노출되고 있다. 이제는 가게 이름에 자주 쓰이는 스페인어나 베트남어가 예전보다 친숙해진 듯하다. 이제 어지간한 영어 간판은 애써 찾아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가게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 요리인 '분짜'가 면을 이르는'분'과 고기를 말하는'짜'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이제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설렁탕이나 해장국과 같은 말은 잘 알고 쓰는지 궁금하다. 적어도 외국인에게'지짐이'를 '지지미'로 소개하는 실수를 하지 않을 정도의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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