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학교폭력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해 징계가 경미한 경우(서면 사과, 접근 금지, 교내 봉사 등)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고, 또 학교폭력대책위원회도 거치지 않기로 했다. 피해학생과 학부모의 동의가 있는 경우 학교 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에 따라 각 학교에 소위 학폭위를 설치했다. 한해 전인 2011년 대구의 한 중학생이 같은 반 학우들의 상습적인 괴롭힘에 못 이겨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 계기가 됐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때문에 방치되고 있었던 낡은 의식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여졌다. 아울러 강제적인 심부름과 따돌림 등도 학교폭력 개념에 추가했다. 학폭위의 설치로 학교폭력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고, 또한 폭행건수도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학폭위 결정에 대하여 재심과 행정심판 그리고 소송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학폭위의 전문성 및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학부모들이 학폭위의 위원이 되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또 학교 자체의 위신실추와 행정상의 불이익 때문에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학교폭력 사건해결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화해 가능성이다. 정도가 중한 경우에는 화해가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경미한 사안이라면, 화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해학생에 대한 낙인효과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학교폭력의 원인 중 절반 정도가 장난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런데 현행법에서는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면 대책위원회가 열리고, 징계를 받으면 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까지 기록된다. 짓궂은 장난으로 인해 문제아로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이다. 낙인 찍힌 아이는 다시 스스로를 문제아로 낙인 찍는 소위 `자아 낙인`을 찍으면서 일탈의 과정에 들어설 수 있다. 이는 교육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사의 본연의 임무는 지식 전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에도 있다. 현재는 인성교육에 대한 기능은 상실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에 따라 교사들은 학교폭력 발생 시 은폐나 축소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학폭위에 의한 절차를 진행한다. 가해자를 교육하거나 화해시키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되어, 학생들 사이의 입장을 조율·중재하는 위치를 잃게 되는 것이다. 학교폭력이 경미한 사안이라면 교사가 적극 개입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적 정화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래야 교사에 대한 위신과 신뢰, 권위가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높아지기 때문이다.

심각한 학교폭력상황으로 발전하기 이전 단계에서 이를 인지할 수 있는 분위기도 중요하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상황을 마음 놓고 이야기 할 수 있고, 주변에서 목격한 학생들 역시 사실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고자질은 나쁜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보다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일관된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폭력상황을 수수방관하는 것 역시도 직접적인 가해행위에 못지않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과 학생들 자신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스스로 논의해 보도록 하는 교육방식 역시 절실하다.

학교폭력에선 피해학생의 보호 내지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피해회복의 내용에는 가해학생과의 관계회복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피해회복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가해자에 대한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교육부의 제도개선방안에는 징계에 대한 완화적인 요소와 제도운영의 탄력성을 포함하고 있다. 또 학폭위의 전문성 제고방안도 들어있다. 긍정적인 방안이다. 다만 피해자측이 생각하는 재발우려와 피해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김한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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