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미 대전자생한방병원 주임간호사.
박영미 대전자생한방병원 주임간호사.
때때로 마음속에 `진정한 간호사의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전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쁘기만 했던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걸 보면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겼나 보다. 어렸을 적부터 병원놀이를 가장 좋아했던 나는 간호사가 되길 꿈꿔왔다. 아파 누워있던 사람을 보살펴 일으켜 세운다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내게 간호사란 직업은 언론에 소개되는 미담들처럼 백의의 천사였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간호사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실제 병원 간호사의 모습은 이와 많이 다르다. 나는 대학병원 신생아실에서 첫 근무를 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당시의 나는 너무도 어렸고 바빴으며 내가 힘든 것밖에 몰랐다. 특히나 신생아실의 아기들은 말이 통하지 않다 보니 의사에게 지시 받은 대로만 기계처럼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환자와 공감을 느끼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대학병원에서 한방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한방병원이라 업무가 줄었을 거라는 짐작은 그저 편견일 뿐이었다. 추나요법, 동작침법, 약침 등 생소했던 다양한 치료법과 용어들이 익숙해질 무렵부터 나는 환자들과 대화하며 친해질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환자들과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언제나 한 가지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환자들은 편히 누워있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마음고생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내 몸이 나을 수 있을까`,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오면 어쩌지`, `수술 없이 정말 나을 수 있을까` 하루에도 열두 번씩 불안한 현실들과 마주한다.

병원에서만큼은 환자에게 간호사보다 가까운 사람은 없다. 고통의 순간을 보내는 환자에게는 저녁에 만날 가족의 얼굴보다 당장 간호사에게 받는 위로가 더욱 효과적인 마음의 치료가 될 수 있다. 병원은 기본적으로 몸의 아픔을 치료하는 장소이지만 우리는 영(靈)을 가진 인간이기에 그 치료의 범위에 마음 또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마음가짐이다.

환자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살피는 간호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글을 써본다. 이 글이 지금도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는 간호사들에게, 그리고 간호사를 꿈꾸는 새싹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필자 또한 너무나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저명한 간호사 에린 페튼길의 명언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리는 보통 간호사를 제 시간 내에 의학적 처치를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웃음을 머금고 새벽 2시라도 병실에 들어가는 것 등을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자주 진짜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곤 한다.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은 `돌봄과 변화를 만들기 위한 열정을 가지는 것`이다". 박영미 대전자생한방병원 주임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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